[라임라이트]지금 하고픈 일? 긴 머리 싹둑...빨간색 염색

영화 '리틀 포레스트' 유기농 매력 김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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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혜원과 닮은 독립적 성격...갈피 못잡는 도시의 삶에서 탈출
농촌생활 즐기며 힐링 라이프 "영화 속 배추된장국, 최고의 맛"
충무로 입성 이후 연기 더 어려워...생각 많아질수록 고민 더 깊어져
'아가씨'에 머물고 싶지 않아...새 드라마 촬영 후 대변신 예고

※ 이 기사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될 만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영화 '리틀 포레스트'(임순례 감독)는 주제가 불분명하다. 도시에서의 일상을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 농촌 생활은 지친 몸을 치유하는 시간이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친구들과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위안이 될 요소는 없다. 모리 준이치(51) 감독이 동명의 작품에서 부각한 농촌생활의 희로애락(喜怒哀樂)에서 '로애락'이 빠졌다. 자연의 순리를 담은 풀샷도 없어 휴가를 즐기는 청년들의 놀이처럼 그려졌다. 김태리(28)는 이런 영화의 흐름 속에서 혜원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그는 "진심을 담았다"고 했다. "혜원과 닮은 점이 많아요. 저도 독립성이 강하거든요. 그 덕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죠. 또래 친구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혜원이 왜 도시로 떠났다고 생각했나요.
"관객의 몫으로 남겨 둔 거겠죠. 뭘 보여주든 평생의 해답은 아닐 테니까. 순간을 헤쳐 나가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봐요. 누구에게나 고꾸라지는 시간이 오잖아요. 그걸 추스르고 간다는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넘어져서 일어나는 방법은 각자 찾아야겠죠."

-그런데 별다른 이유 없이 농촌으로 돌아와요.
"혜원에게 그곳이 작은 숲이니까요. 도시에서 헤매며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생각을 정리한 곳이잖아요. 그 과정을 다시 걸어보려는 시도로 이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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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강이 보이는 퓨전한식집에서 즐거운 얼굴로 서빙을 해요. 굳이 돌아올 이유가 없어 보였어요.
"그 부분이 명확하지 않긴 하네요. 저는 혜원이 도시에서의 삶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귀농을 하려고 마음먹은 것도 아니라고 봤고요. 어렵네요(웃음)."

-마지막 장면에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문소리)가 돌아온 듯한 암시가 있어요. 택배를 받으러 반갑게 달려가는 듯한 얼굴이 이해되지 않았어요.
"엄마가 와 있을 거라고 여기고 연기한 게 맞아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했죠. 직전에 지붕을 수리하는 모습으로 혜원이 새롭게 시작한다는 느낌을 주잖아요. 그 마음이 얼굴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엄마와의 관계보다 혜원의 삶에 초점을 맞춘 셈이죠. 서울에서의 안정적인 삶을 꿈꿨지만 농촌에서 사계절을 겪으며 삶이 나아질 수 있는 방향을 찾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엄마에 대한 치기 어린 마음도 조금 넓어진 것 같고요."

-혜원처럼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나요.
"지금 이 순간이요(웃음). 대학로에서 연극할 때는 느낀 적이 없어요. 삶이 틀에 박혀 반복적으로 굴러갈 때 휴식을 갈구하게 된다잖아요. 무대는 그런 성격과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해요.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아가씨(2016년)'에 출연하고 제도권에 들어온 뒤로 그런 마음이 조금씩 생겼어요. 아무 것도 모르면 뭘 해도 재밌게 할 수 있잖아요. 경험이 쌓이면서 많은 걸 알게 되니까 연기가 더 어려워졌어요. 스트레스도 많아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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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 데뷔하기 전 삶이 그리운가 봐요.
"그럼요. 그때는 항상 천진난만했거든요. 주어진 일만 재밌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어요. 누구의 도움을 빌리려 하지도 않았고요. 자연스럽게 독립성이 강해졌죠. 내가 선택한 길을 걸어왔다는 데 자부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이 길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어요. 당장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에 집중해야 하지만, 이런 부침(浮沈)이 잦아지면 연기를 그만 둘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궁금해지네요.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싶어요. 아가씨를 촬영할 때부터 긴 머리를 유지하고 있거든요. 리틀 포레스트를 1년 동안 촬영해서 변화를 줄 수 없었어요. 미스터 선샤인에도 이 상태로 출연해야 해요. 촬영이 끝나면 싹둑 잘라버릴 거예요. 빨간색이나 초록색으로 염색도 하고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주저 없이 강행하는 편인가 봐요.
"연기할 때도 그래요. 생각이 많아지면 표현이 어려워지거든요. 특정 장면에서 많은 걸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기죠. 행동 하나에서 다양한 면면이 나타나길 바라게 돼요. 그런데 그런 마음이 커지면 늘 미궁에 빠져요. 제가 하는 연기에 빨리 갇혀버리죠. 표현이 과장되면서 생각했던 연기를 하지 못하게 돼요. 그래서 늘 신선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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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단역을 경험하지 않아서인지 연기에서 여유가 느껴져요. 자유로운 흐름에 많은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듯하고요.
"이번 촬영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려웠어요. '1987(2017년)'의 연희를 동시에 그려야 했거든요. 1987에서는 깊은 고민에 빠져 감정을 표현했고,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그걸 계속 덜어냈어요.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죠."

-한편으로는 리틀 포레스트의 촬영이 휴식처럼 느껴졌을 것 같은데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즐거움이었어요. 배추된장국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함께 출연한 (류)준열 오빠가 배추된장국을 어떻게 먹느냐에 우리 영화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겁을 줬거든요. 그래서 공복 상태로 촬영 현장에 갔죠. 그렇게 맛있을 수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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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 편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그렇다고 기분이 붕 뜨진 않아요. 주위에서 하는 칭찬이 진실처럼 들리지 않거든요. 그들의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연기에 절대적인 평가란 있을 수 없으니까요."

-오히려 고민이 깊어진 것 같네요.
"도장 깨듯 연기를 하다 보니 아가씨에서 머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팬들이 좋아하는 고정된 이미지부터 바꾸고 싶어요. 물론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도 괜찮을까'라는 우려도 있어요. 팬들이 좋아하는 김태리와 인간 김태리를 얼마나 분리시키고 겹쳐야 하는지에 있어 아직 서툰 거죠. 조금 더 기다려보려고요.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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