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유불급이 가져올 투자자의 오판을 경계해야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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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모르는 게 약'일 때가 있다. 자본시장 투자자에게 모르는 건 '독'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표현한다.

최근 세계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클 때 가장 위험하다고 여기는 자산 비중부터 줄이는데 주식이 항상 1순위다. 올들어 세계 주식시장이 출렁이는 이유다.투자자들은 무엇을 그렇게 모르겠다는 것일까. 사람의 마음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던가. 특히 정책 결정자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할 때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된다.

최근 정책 결정자들은 금융시장을 안개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주요 무역 상대국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더 큰 정책 불확실성은 세계의 중앙은행 격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에서 촉발됐다. 지난달 교체된 제롬 파월 의장이 입을 다물면서부터다.

기준금리에 대한 연준의 생각이 묘연해지자 금융시장은 연준이 올해 금리를 세 번 올리느냐 네 번 올리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연준이 기존 입장을 바꿔 통화긴축 움직임을 강화할까 두려워서다. 과연 그럴까."파티가 열리고 있을 때 펀치 볼을 치워라"는 표현이 있다. 중앙은행의 역할에 관한 비유다. 1950년부터 21년 동안 역대 최장 기간 연준 의장을 지냈던 윌리암 맥체스니 마틴 주니어(William McChesney Martin)가 한 말이다.

이 말은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로서의 연준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1950~1970년은 자본주의의 황금기라 불렸다. 세계 경제는 그만큼 크게 성장했다. 당시 중앙은행은 선제적으로 경기와 물가의 과열을 막는데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과 그에 따른 시장 금리 상승이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믿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세계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수께기 같은 저물가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이 내놓은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실려 있다.

회의록 내용을 요약하면 첫째, 최근 저물가 현상은 여전히 의미 있는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둘째, 자연실업률과 기대 인플레이션 등 금리를 정할 때 대입되는 중요 변수를 측정할 때 상당한 오류가 존재한다. 셋째, 기대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어 대칭적 물가 목표제를 고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파월 의장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의 생각은 명료한 편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나치게 금리를 올려 긴축 정책을 강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금리와 주식의 관계는 흑과 백처럼 단순하지 않다. '금리가 오르면 주가는 내린다'는 통념이 있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미래가치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져 기업의 현재 가치가 내리면서 주가가 하락한다는 논리다.

이 논리엔 중요한 변수 하나가 빠져 있다. 분모인 금리(할인율) 상승만 인식하고 분자인 미래가치 증가는 빠져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을 때 금리가 상승하므로 기업의 이익 성장률도 함께 오른다. 인플레이션이 중요해지는 시기다. 인플레이션이 확산되면 실질 이익 성장률이 떨어지고 기업 가치는 하락한다. 그런데 지금은 물가가 이상할 만큼 낮다.

따라서 금리 상승만으로 주식시장이 곧장 약세로 전환하지는 않는다. 물가가 안정적이고, 세계 경기 회복으로 기업의 이익 성장률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연준의 긴축정책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면 투자 전략을 잘못 세울 수 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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