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미투 “잠시나마 연애감정”…사랑하면 처벌 못하나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의 배우 오달수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의 배우 오달수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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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25년전 잠시나마 연애감정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시점이든 제가 상처를 드린 것을 진심으로 사과 드리겠습니다.” (배우 오달수 사과문)“게시한 내용과 같은 남녀 관계를 맺게 됐다.(중략) 그 이후 2001년까지 여성분과 사귀는 관계였고 그 해 가을 있었던 다른 일로 헤어지게 됐다. (또 다른 피해자 B 씨에게) 당시 저는 배우자와 사별한지 오래되어 서로간의 호감의 정도를 잘못 이해하고 행동하였고, 이에 대한 비난은 달게 받겠습니다” (세종대 김태훈 교수)

지난달 28일 ‘미투’(#MeToo·나도당했다) 운동으로부터 불거진 성폭력 논란에 휩싸인 배우 오달수 씨와 김태훈 세종대 교수가 밝힌 사과문이다. 이들이 밝힌 사과문에는 공통으로 ‘연애’,‘사귀는 관계’,‘서로 간의 호감’ 등의 단어가 등장한다.

즉 남녀가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행위로 이른바 성폭력 범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주장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 그대로 피해 여성들이 주장한 피해들이 호감 또는 사귀는 관계에서 발생했다면 문제가 없을까
배우 겸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 김태훈[소속사 액터컴퍼니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배우 겸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 김태훈[소속사 액터컴퍼니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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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살펴보면 이성과 사귀는 관계 또는 부부 사이라 할지라도 현행법은 상대자 의사에 반해서 성폭력을 하는 행위는 처벌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오 씨, 김 씨는 수사결과에 따라서 사실로 밝혀지면 처벌요건에 따라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먼저 피해 여성들이 실제로 이들의 주장 그대로 연인이었음을 가정하면 이는 명백한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16년 발표한 ‘데이트 폭력 피해 실태조사 결과와 과제’ 보고서(성인여성 1,017명 대상)에 따르면 성인 여성 10명 중 6명은 데이트 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 유형별 피해 경험을 보면 통제 피해를 경험한 비율이 62.6%(637명)로 가장 높았고 이어 성적 피해 48.8%(496명), 언어적, 정서적, 경제적 피해 45.9%(467명), 신체적 피해 18.5%(188명) 순이었다.

성폭력 피해 발생 후에는 ‘상대에 대해 화가 나고 분노가 치밀었다’라는 응답이 30.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창피했다(28.9%)’, ‘헤어지고 싶었다(23.2%)’, ‘무기력 또는 우울해지고 자존감이 떨어졌다(18.8%)’ 등이 있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폭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라는 응답도 29.3%로 높게 나타난 부분으로 이는 데이트 관계에서 성폭력과 성관계가 구분되지 않고, 성폭력 피해자가 수치스러워해야 할 일이라는 잘못된 통념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조사 기관은 분석했다.

이는 오 씨 사과문에서 볼 수 있는 ‘25년 전 잠시나마 연애감정…’에서 볼 수 있는 ‘25년’과 관련해 피해 여성이 25년이나 지난 지금 다시 굳이 이 일을 꺼내는 이유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데이트폭력으로 사망한 사람은 233명에 이른다. 2016년 기준 데이트폭력으로 경찰에 검거된 사람은 모두 8,367명에 달했다. 정부는 이 같은 데이트폭력 사건에 대해 그간 벌금형으로 처벌했던 ‘스토킹’에 대해서도 스토킹 범죄의 정의와 범죄 유형 등을 명확히 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스토킹 처벌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데이트폭력의 심각성과 사건 발생의 지속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연인이 아닌 부부관계의 경우 상대자 의사에 반하는 성폭력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 2013년 5월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부인을 흉기로 위협한 뒤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특수강간) 등으로 기소된 강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신상 정보를 7년간 공개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10년간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이는 부부 사이에서도 강간죄가 인정된다고 본 최초의 판결로 함께 사는 부부라도 서로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종합하면 연인 관계 또는 부부 사이라 할지라도 본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경우 모두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오 씨는 이번 성폭력 논란과 관련해 tvN 새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에서 하차한 것에 이어 올 여름 개봉을 앞둔 영화 ‘신과 함께2’(감독 김용화)에서도 편집 된다.

또 김 교수에 대해서는 세종대 영화예술과 교수들이 28일 입장문을 통해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김태훈 교수에 대한 최고 수위 징계가 필요하다”고 요구한 상태다.

교수들은 “김태훈 교수는 교육자로서의 품위를 상실하였다”며 “학교 본부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최고 수위의 징계조치가 필요하다고 결의한다”고 했다. 이어 “2018년 1학기 3월부터 개설된 김태훈 교수의 강의는 다른 교수들로 대체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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