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투표, 외국인에겐 무용지물

섀도보팅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외국인은 공인인증서 없어 투표 못해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섀도보팅제 일몰 후 '주총 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외국인 실질주주들의 주주권리 행사율을 높일 방도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열린 상장법인(12월 결산) 주주총회에서 외국인 실질주주의 의결권 행사율은 47.3%을 기록했다. 2016년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외국인 실질주주 보유주식수 85억4137만여주 중 40억4670만여주의 의결권이 행사된 것으로 주주 절반이 회사 경영에 참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국인은 SC제일은행, 씨티은행, HSBC, 도이치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 지정된 6개 상임 대리인을 통해 전문 등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예탁결제원이 다시 이를 위임받아 발행회사 주총에서 투표권을 행사한다. 의결권 행사 주체는 주로 외국계 기관의 펀드 매니저들이다.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서의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3년 연속 증가해 지난해 말 기준 전체의 33.61%를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지분율은 37.19%로 전년 대비 1.99%포인트 증가했고 코스닥시장에서도 3.19%포인트 늘어난 13.25%를 기록했다.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3분의 1 수준으로 커졌지만 이들의 의결권 행사율은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예탁결제원이 지난 연말 모바일 전자투표제까지 시행하며 '손 안의 주총시대'를 열었지만 공인인증서가 없는 외국인 주주에게는 사실상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제갈승문 예탁결제원 주식권리팀장은 "외국인의 경우 공인인증서가 없어 전자투표를 이용할 수 없다"며 "외국인은 올해도 예전과 같이 상임 대리인을 통해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의결권 행사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예탁결제원은 주총대란을 우려해 최근 상임 대리인인 금융기관 실무자들을 만나 외국인 주주들에게 의결권 행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줄 것을 독려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올해 사실상 처음으로 섀도보팅이 없는 주주총회를 연다. 1991년 도입 후 26년간 유지돼온 섀도보팅이 지난해로 폐지됐기 때문이다. 섀도보팅은 예탁결제원이 주총에 참석한 주주의 찬반 비율에 따라 주주의 의결권을 대신 행사해주는 제도다. 이 덕분에 매년 3월 둘째, 넷째주 금요일에 전체 주총의 77%(지난해 기준)가 열리는 데도 이른바 '주총 대란'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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