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페미니즘]②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아시나요

페미니즘, 올해 독서 시장 키워드 중 하나

버지니아 울프

버지니아 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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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올해 도서시장에서도 주요 키워드 중의 하나였다. 교보문고가 올해 1월1일부터 이달 3일까지 자사 도서판매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페미니즘과 관련된 여성학 분야에서는 올해 78종의 책이 출간됐다. 매년 평균 30종 정도가 출간된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판매량도 지난해 2만 권에서 올해는 4만1800권으로 2.1배 증가했다고 한다.

페미니즘의 고전들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대표적이다. 올해 재출간된 이 책은 역사적으로 여성을 배제해 온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그는 여성이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이 에세이를 통해 내놨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 에세이를 대학에 존재하는 남녀 차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를테면 19세기 말에 세워진 여자대학의 정찬이 중세에 설립된 남자대학의 오찬에 비해 너무나 보잘 것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차이가 남녀 사이의 불공평한 분배를 상징한다고 봤다.

이는 여성이 고등교육의 혜택에서 배제돼 온 역사와도 관련이 있었다. 버지니아 울프 자신도 당시 여성에게 강요된 규범에 따라 학교를 정식으로 다니지 못했고 독학으로 공부를 해야 했다. 박인환은 시 '목마와 숙녀'에서 그의 삶에 대해 이렇게 읊었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 목마를 타고 떠 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 (중략) //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 그 저 가슴에 남는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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