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여는 드라기 ECB 총재…테이퍼링 종료시점 제시할까

26일 ECB 회의, 내년 9월까지 자산매입 연장 예상
축소 규모·기간·종료시점 언급 여부·경기진단 등에 눈길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사진=EPA연합뉴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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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중요한 것은 속도다."(월스트리트저널) 26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전 세계의 눈길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입'으로 쏠리고 있다. 이날 ECB가 발표하는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계획 때문이다.

 양적완화에서 발을 뗄 것이란 신호는 분명한 만큼, 매입 규모보다 종료 시점을 제시할 것인지 등이 관건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에서는 이날 발표가 다음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ECB는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한편, 600억유로(약 80조2000억원)에 달하는 현 자산매입 규모를 내년 1월부터 매월 200억~300억유로로 줄이고 기간은 9개월 연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ABC방송은 "ECB가 양적완화의 점진적 퇴장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라며 "전문가들이 내다보는 공통된 시나리오는 300억유로로 줄이고 9개월간 연장하는 방안"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의 관심은 월 채권매입의 축소 규모와 매입액 축소 기간, 테이퍼링 종료시점과 추가매입 가능성을 제시하느냐 등이다. 과도한 테이퍼링도 문제지만 완만한 축소 역시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완만한 축소는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금융자산 버블논란을 키울 수 있고, 예상보다 빠른 속도일 경우 시장에서 '매파적' 결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사인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앤드루 보솜워스는 "시장은 곧바로 다음 단계인 금리 인상에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이어 두 번째로 영향력이 큰 ECB가 자산매입 축소에 이어 금리 인상까지 암시할 경우, 자국 통화가치를 연동시킨 아프리카ㆍ동유럽 통화는 물론 신흥시장 채권에 이르기까지 연쇄반응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ECB가 추가매입 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시장에 모호성을 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ABC방송은 "점진적 철수를 강조하고 싶다면 더 긴 접근법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종료시점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경제상황이 악화됐을 때 채권매입을 다시 늘릴 수 있는 유연성이 생긴다"고 전했다.

 테이퍼링이라는 단어 자체를 쓰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드라기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비둘기파 발언'을 쏟아낼 것으로 내다봤다. WSJ는 "ECB의 딜레마는 Fed 등 다른 중앙은행들의 딜레마와 같다"며 "낮은 인플레이션 전망, 경기회복, 양적완화정책 완료라는 상충되는 정치적 압박에 놓여있다"고 전했다.

 전일 유럽증시는 ECB 회의를 앞두고 관망세가 짙어지며 하락 마감했다. 영국 FTSE100은 전 거래일보다 1.05% 내린 7447.21을, 독일 DAX지수는 0.46% 하락한 1만2953.41을 기록했다. 프랑스 CAC40은 0.37% 떨어진 5374.89에 장을 마쳤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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