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2분기 好실적 숨기고 싶은 이유는?

이통3사 모두 매출, 영업익 성장
하지만 크게 부각 안해…오히려 숨기기까지
통신비 절감 여력 있다는 인식 줄까 우려

이통3사 2분기 好실적 숨기고 싶은 이유는?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이동통신3사 모두 올해 2분기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호(好)실적에도 이통사 관계자들이 웃지 않는다. 오히려 실적이 잘 나왔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다. 왜 그럴까?

우선 SK텔레콤은 1분기 저조한 실적에서 2분기 반등에 성공했다. SK텔레콤은 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2017년 2분기 매출 4조 3456억원, 영업이익 4233억원, 당기순이익 6205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3.9%가 증가했으며 특히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무려 113.2% 성장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실적발표 후 기자들에게 실적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회사의 성장이 돋보였다"며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을 부각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 본 사업은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점도 덧붙였다. 또한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에서도 별도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3.3% 감소했다고 따로 기재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실적발표 보고서에서는 별도 매출을 소개하지만 보도자료에서는 별도 기준 실적을 구분해 표기하지 않았다.

본 사업에서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을 굳이 홍보한 이유는 뭘까?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에 대한 압박이 거센 가운데 2분기의 좋은 실적이 여론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즉 통신비를 절감할만한 여력이 있다는 인식을 줄 것이라는 우려에서 나온 웃지못할 상황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19일 취약계층 329만명에게 통신비 1만1000원 인하, 선택약정 할인율 25%로 상향, 2만원에 데이터 1.3GB를 주는 보편요금제 신설 등의 통신비 절감 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공약이 실현될 경우 이동통신사의 매출은 당장 수천억원에서 향후 수조원이 줄어들 수 있다. 현재와 같은 통신비 위주의 수익구조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역시 5G 시대를 대비해 이동통신사의 수익 모델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동통신사는 정부 발표 후 지속적으로 법적 대응 등을 운운하는 동시에 5G 등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유영상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은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정부의 통신비 절감 대책은 사업자의 수익성을 무척 악화시킬 수 있어 통신 업계 전체의 펀더멘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 성장에도 일정 부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LG유플러스와 KT도 마찬가지다. LG유플러스는 2분기 매출 3조97억원, 영업이익 2080억원, 당기순이익 1362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5%, 15.5%, 4.2%가 증가했으며 특히 영업이익은 역대 두번째 많았다. KT도 연결 기준으로 2분기 매출 5조8425억원, 영업이익 4473억원, 당기순이익 25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4.8%, 1.1% 씩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정부의 통신비 공약 이후 매출 감소 등으로 투자 여력이 없다고 지적을 해왔다"며 "하지만 2분기 실적이 잘 나오면서 여론이 기업들에게 더욱 부정적으로 돌아갈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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