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 주식 가진 슈퍼개미 조언… “투자자는 귀엷으면 망한다”

개인투자자 이정윤세무사에게 듣다 - 샘표식품 지분 7.62% 보유, 몇년내 코스피 3000 될것

이정윤 세무사

이정윤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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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도 공부하고 노력하면 돈 벌수 있어
남의말 듣고 투자하기 보다 자신만의 투자법 찾아내야
코스피 장기 박스권 뚫고 3000시대 올 가능성 높아. 대세 상승장 준비해야


풍족하지 못한 집에서 태어나 무일푼으로 주식을 시작했다. 주식을 시작한 지 불과 2년여 만인 1999년, 20대 후반의 나이에 이미 수십억원을 벌었다. 어학연수, 유학 등 평소에 해보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못해봤던 것들을 해보기 위해 3년 뒤인 2002년에 미련 없이 가족들과 캐나다로 떠났다. 몇 년 뒤 캐나다에서 둘째가 태어나면서 돌아갈 것을 결심했다. 30대 중반에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주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는 수백억원을 굴리는 자산가가 됐다.

올해 초 샘표식품 5% 이상 보유 공시를 하며 슈퍼개미로 이름을 알린 이정윤 세무사(46)의 이야기다.

이 세무사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물려받을 것이 없는 사람이 가장 빨리 돈을 버는 방법은 주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중고등학교때부터 막연하게 했었다”며 “당시 여의도에 가서 황소상을 봤는데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주식투자가 하고 싶었다”고 했다. 막상 주식을 해보니 성격과도 맞았다. 주식은 사람을 많이 만날 필요도 없고 노트북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전국 어느곳에서든 매매가 가능하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해외 여행을 하면서도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

“주식을 하게 되면서 잔소리하는 직장상사가 없어지고 거래처도 필요 없고 술도 안마셔도 됩니다. 사람 때문에 피곤할 일이 별로 없게 되는 것이죠.”

초창기에는 주로 테마주 매매를 했다. 이후 가치투자, 차트투자, 공시분석 등 다양한 기법을 섞었고 선물옵션으로도 돈을 벌었다. 워런 버핏이라는 인물이 알려지면서 국내에도 가치투자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어떤 방식이든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찾으라고 그는 조언했다.

결국 주식투자의 본질은 돈을 버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학에서 기업의 목적이 이윤의 극대화라고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개인투자자들이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쉽게 돈 벌 생각은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특히 남의 말만 듣고 투자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반드시 스스로 공부해서 기업을 선택하고 주식을 사라고 했다.

“아무 노력도 안하고 남의 말만 듣고 투자하면서 주식 실패했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나요.”

돈을 벌어보니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서 좋았고 가족이나 친지 등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 사업이 잘 안돼서 수영이나 태권도 등 또래 아이들이 당연하듯이 배웠던 것들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며 “지금은 스노우보드, 아이스하키, 골프, 해외여행 등 당시 못해봤던 것들을 원 없이 배웠다”고 그는 말했다.

◆코스피 몇 년 안에 3000 가능성 있어

이 세무사는 코스피 지수가 최근 6년 만에 2200을 돌파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우리 증시에도 반영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조만간 대세 상승장이 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지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며 “몇년 안에 코스피 3000시대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예측했다.

이 세무사가 증시 상승을 예측하는 이유는 일단 미국 증시가 워낙 좋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증시가 미국 증시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코스피 지수가 6년이라는 장기 박스권에 갖혀 있다는 것도 상승 기대감을 갖게하는 요인이다. 이 세무사는 “국내 증시 역사를 돌아봤을 때 지수가 6년이란 긴 시간동안 박스권에 머물러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조정기간이 긴 만큼 한번 오른다면 크게 갈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상승 가능성이 있다면 어떤 주식을 사야할까. 이 세무사는 음식료주와 4차산업혁명 관련주 등을 꼽았다.

대표적인 음식료주로는 샘표식품을 들었다. 그는 샘표식품 지분 7.62%를 최근 장내에서 매수해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3만원대 전후로 매수를 시작해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매수를하고 있다. 샘표식품 지분가치만 130억원에 달한다.

샘표식품을 매수한 이유에 대해서는 워런 버핏의 사례를 들었다. 워런 버핏이 보유한 주식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회사 세 개 중 두개가 크래프트앤하인즈와 코카콜라인데 둘다 음식료주다.

이 세무사는 “우리나라 음식료주 중에는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회사들이 많다”며 “개중에서도 샘표식품은 브랜드가치가 높고 간장과 요리에센스, 흑초 등 1등식품이 많은데 다른 식품기업들에 비해서 저평가된 편이라 크게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샘표식품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회사를 분할하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보통 기업분할시 주가가 많이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도 투자의 한 요인이었다”고 했다.

샘표식품은 중장기로 투자할 계획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추가 지분 매입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공시한대로 경영권 참가 목적이 아니고 단순 투자계획이다. 회사 관계자와 한번도 본적 없다고 그는 밝혔다.

4차산업혁명과 관련해서는 스마트카(자율주행차)와 로봇을 주목하고 있다. 여러 가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 중에서 우리의 삶을 가장 편리하게 해줄 것으로 보이는 것들이다.

“우리나라 시가총액 1위가 삼성전자, 2위가 현대차라는 점에서 IT산업과 자동차산업이 결합돼 탄생하게 될 스마트카 혁명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로봇 역시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해줄 좋은 수단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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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주식 노하우, 삼박자투자법으로 정리

이 세무사는 지난 20여년 동안 주식시장에서 머물면서 체득한 노하우를 정리해 삼박자투자법이라는 책으로 최근 출간했다.

그가 주식투자의 근간으로 삼는 삼박자는 가치분석(재무)과 가격분석(차트), 정보분석(재료)이다. 주식투자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존재하는 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세가지 방안을 선정해 균형있게 투자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주식을 처음 시작했던 20년 전에는 국내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차트분석을 통해 주식을 샀지만 투자기법이 많이 발전한 최근에는 가치분석과 정보분석 등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며 “세가지 모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하나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삼박자투자법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직장생활을 한다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만약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 주식투자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가치분석부터 배우라는 조언이다.

“투자에 있어서 어느 한가지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일단 절대시간이 부족한 직장인 투자자들은 투자의 기본이 되는 가치분석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치투자의 최고 장점이 우량한 종목을 저가에 매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시장에서 아웃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해줍니다. 죽지않고 살아남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가치투자는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투자법입니다.”

다만 가치투자가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가치투자를 한다고 하지만 실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최근 가치투자가 대세로 자리잡은 것은 워런버핏이 널리 알려지면서 그를 따라하는 투자자들이 많이 생겨서다.

가치투자 외에도 차트투자나 재료분석으로 돈을 번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다만 이들은 가치투자자들만큼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치투자를 하면 돈을 벌고 차트투자를 하면 무조건 망한다는 인식이 많은 투자자들에게 자리잡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왜 차트투자로 돈을 번 사람은 알려지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이 세무사는 가치투자의 경우 자신이 보유한 회사를 널리 알려 다른 사람들도 사면 좋지만 차트투자의 경우 종목보다는 매매기법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노하우를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는 것이 독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치투자는 내가 산 회사를 공개해도 나한테 아무 피해가 없고 오히려 도움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런데 차트나 정보(재료나 공시 등)분석의 경우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는 순간 노하우가 공개되고 나중에는 어떤 주식을 더 비싸게 사야할 가능성에 노출됩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의 투자기법을 알릴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문사·자산운용사 설립 꿈꿔

지난 7년 가량 세무법인 대표를 했는데 주식투자에 집중하기 위해 세무사일은 잠시 휴직 중이다. 기회비용 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세무사 업무보다는 주식투자가 가치가 컸다.

주식투자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팟캐스트를 통해 주식 투자자들도 만나고 있다. 한달 전에는 밸런스투자아카데미라는 주식 교육 회사도 설립했다. 돈을 번다는 것보다는 주식투자 노하우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이다.

“우리가 공부나 운동 등 무엇이라도 배우려고 하면 그것을 가르쳐주는 선생님들이 대부분 각 분야에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주식시장에서만큼은 초보자를 가르쳐주는 기관이 거의 없는 편입니다. 밸런스투자아카데미를 통해 주식을 배우고자 하는 초보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5월과 6월에는 서울과 광주, 부산, 대전 등 전국 5대도시 강연도 계획하고 있다. 삼박자투자법을 기반으로 한 자신의 투자방법과 향후 주식시장 전망 등을 강연하는 자리다.

단순한 전업투자자에서 벗어나 주식과 관련한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투자자문사나 자산운용사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제도권에 편입되기 위해서 레퍼런스를 차례차례 쌓을 계획이다.








디지털뉴스본부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이현경 기자 lhky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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