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돌리는 젤리블록, 해외 바이어들 눈이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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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CEO를 만나다 - 김영순 한국교육시스템 대표
국내 인기 업고 독일·베트남·필리핀 등 수출…"올매출 80억 목표"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지난달 초 열린 독일 뉘렌베르크 토이 페어. 커다랗고 말랑말랑한 '블록'이 가득 전시된 부스 앞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멈췄다. 주인공은 한국교육시스템의 '코블럭'이었다. 블록을 끼워 맞춰 결과물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뭐든 입에 넣길 좋아하는 영유아들도 걱정 없이 던지고 맞추면서 다양하게 '놀이'할 수 있는 블록이라는 콘셉트다. 야외에서 실컷 던지고 논 후 세척은 '세탁기에 넣어 그냥 돌리면 된다'는 설명에 바이어들의 눈이 반짝였다. 성과는 가시적이었다. 김영순 대표는 31일 "현지에서 독일, 베트남 등 해외 많은 바이어들과 구체적인 계약이 이뤄져 현재 당시 계약한 물량이 나가고 있다"며 "이 같은 해외 성과 등을 기반으로 올해 매출액 8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교육시스템은 코블럭을 비롯해 '국민 붕붕카'로 불리는 승용완구 '코레카'를 만드는 교육 완구 제조업체다. 코블럭과 코레카로 지난해 매출액 30억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국민 붕붕카의 탄생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는 않았다. 김 대표가 처음 '아이들의 놀이'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건 2000년대 초 학습지 회사에 근무할 때였다. 김 대표는 "당시 아이들이 인지 학습에 매몰돼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까웠다"며 "정답만을 유도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창의력 학습'이 가능한 일을 알아봤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01년 한국가베교육 설립하고 가베 교구를 대여하는 일을 시작했다. 가베 교육은 독일 교육학자 프뢰벨이 고안한 '재능놀이'의 일종이다. 당시 돈으로 100만원을 호가했던 가베 교구를 대여할 수 있게 되자 수요가 몰렸고 늘어나는 회원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그 즈음해서는 당시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서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대체로 파손돼 있는 등 질이 너무 열악하다는 점이 고민거리였다. 김 대표는 "에너지가 넘쳐 '쇠도 부러뜨리는' 아이들에게 창의력이 샘솟으면서 안전하고 튼튼한 장난감 제공하자는 생각이 오늘의 한국교육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코레카는 '코리아 카'의 줄임말로 '아이들이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승용완구'다. 가운데 전도방지 휠이 장착돼 있어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360도 회전도 가능하다. 바퀴와 실내바닥 사이 마찰음으로 인한 층간소음, 핸들 오작동 등의 단점을 보완하고 개량해 국내는 물론 대만, 홍콩, 카타르, 싱가포르, 중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코블럭은 무독성특수소재로 이뤄졌다. 부드럽고 유연성이 좋은 'EVA' 재질을 사용해 말랑말랑한 쿠션효과를 가져 '젤리블록'으로도 불린다. 코블럭의 중요한 특징은 블록들을 점이 아닌 선으로 연결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기존 블록이 아랫면의 동그란 점과 다른 블록 윗면의 동그란 점을 연결해 끼워 맞췄다면, 코블럭은 블록의 아랫면이 뚫려있어 다른 블록의 면과 연결되는 구조다. 이로 인해 블록의 윗면의 반만 '삐딱하게' 끼우는 것도 가능하다. 선으로 연결하는 방식은 현재 국내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에서 특허도 취득했다.

올해는 타깃 연령을 높여 초등학생을 위한 '테트리스 플러스 블록'을 내놓을 예정이다. 좀 더 복잡한 구조와 커다란 완성품으로 아이들에게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면서 '벽도 가구도 아이도 다치지 않는' 안전한 블록이다.

코레카와 코블럭은 100% 국내에서 생산한다. 지난해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여성기업 전용펀드 투자기업으로 선정돼 국내 OEM으로 제작하던 코레카, 코블럭을 이천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게 됐다. 김 대표는 "전 세계 아이들이 한국의 완구, 특히 한국교육시스템의 제품은 안전하다는 인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일주일에 10 컨테이너 이상 제품이 출고돼 글로벌 매출액 500억원을 기록하는 회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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