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13시간 만에 檢조사 마쳐… "대가성 없었다" 소명(종합)

참고인 신분으로 檢 소환…고강도 밤샘 조사 받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오후 2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출석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오후 2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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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3시간이 넘는 고강도 밤샘 조사를 받고 19일 새벽 귀가했다. 전날 오후 2시 검찰에 출석한 그는 이날 새벽 3시반이 넘어 검찰 청사를 빠져나갔다.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SK그룹이 미르 ·K스포츠재단에 지급한 출연금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고, 최 회장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두고 SK그룹을 집중 조사한 만큼 수사 방향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검찰의 장시간 조사를 마치고 나온 최 회장은 심경 등을 물은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최 회장은 이번 조사에서 사면, 면세점 인허가, 주파수 경매 등 청와대측과 SK측의 모든 의혹을 집중 조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뒷받침하기 위한 보강 수사 차원에서 이뤄진 조사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때와 마찬가지로 이같은 의혹들에 대해 부인하며 대가성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조사에 앞서 미르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이 최 회장의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 혹은 면세점 사업자 추가 선정과 연계 될 수 없다며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이 미르 ·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한 시점은 2015년 말이다. 이후 K스포츠재단 쪽에서 별도로 80억원을 더 내라고 요구했지만 SK그룹은 이도 거절했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의 사면은 그해 8월 이미 이뤄졌으며 사면을 대가로 한 '거래'가 있었다면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할당한 금액만 내고 끝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최 회장의 사면 직전 김창근 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보낸 문자를 보낸 시점도 사면 사실 이미 언론을 통해 사면 사실이 알려진 후 라는 게 SK 입장이다. SK 관계자는 "사면이 확정된 후 SK경영진으로써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이라며 "경영진들이 최 회장 사면 전 회장 부재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던 것도 일반적인 경영활동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2015년 8월 10일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최 회장과 김영태 전 부회장이 면회하면서 대가성을 암시하는 대화를 나눴다는 것에 관해선 "당일 오전에 이미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려 언론 등을 통해 사면 사실이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SK그룹 측은 "사면 이후 SK하이닉스가 46조원 투자를 발표해고 청년창업과 각종 소외계층 지원에 적극 나선 것에 대해서도 의혹을 받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시내 면세점 선정과 관련해 지난해 2월 최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당시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독대 이후 오히려 신규 면세점 선정 관련 규정은 SK에 불리하게 변경됐고, 결과적으로 선정에 탈락했다"며 "청탁이 있었다면 이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 회장 소환 이틀 전인 지난 16일에는 SK그룹의 전현직 임원 3명(김창근 전 수펙스 의장, 김영태 전 SK그룹 부회장,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도 검찰에 출석해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SK측은 또 다시 경영공백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K스포츠ㆍ미르 재단 사태가 터진 이후 줄곧 출국금지 상태다. 전세계 정ㆍ재계 인맥과 교류할 수 있는 오는 23일 중국에서 열리는 보아오 포럼도 참석이 불투명하다. 그룹 내 해외업무를 수행하는 데도 차질을 빚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의 발이 묶여 기업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빨리 모든 의혹을 털어내고 경영에 매진할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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