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소득 1724억·세금 437억…등떠밀려 납세실적 공개

MSNBC가 2005년 납세 실적 공개 예고하자 서둘러 발표
직전연도 사업 손실 신고로 수천만달러의 절세 효과
백악관 "납세 문제없고 자료 훔쳐서 공개하는 것 불법" 언론에 화살


사진=레이첼 매도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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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도치않게' 10여년 전 소득과 세금 납부내역을 자진 공개했다. 한 방송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납세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하자 이에 당황한 백악관은 해당 자료를 서둘러 발표하며 수습에 나섰다. 14일(현지시간) 미국 MSNBC 방송의 간판앵커인 레이첼 매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2005년 소득과 납세 내역이 담긴 자료를 입수했다며 오후 9시 자신의 프로그램인 '레이첼 매도 쇼'에서 이를 모두 공개하겠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매도의 예상치 못한 발언이 나오자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소득과 납세 내역을 방송에 앞서 공개해버리는 방법을 택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2005년 소득이 1억5000만달러(약 1724억원)였으며 25%가량인 3800만달러(437억원)를 세금으로 냈다고 밝혔다. MSNBC가 방송과 온라인을 통해 공개한 자료는 소득 1억5300만달러(약 1749억원)에 세금 3650만달러(417억원) 납부였다. 납세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05년에 직전연도 사업의 손실로 1억300만달러(약 1178억원)의 부채를 탕감받아 수천만달러의 절세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1995년 9억1600만달러(1조478억원)의 사업 손실을 입었다고 신고해 상당기간 세금 공제 혜택을 받았고 합법적으로 납세를 피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방송을 통해 공개된 2005년 납세 자료는 NYT 기자였던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이 입수한 것이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존스턴은 미 국세청(IRS)을 오랫동안 출입했던 언론인이다. 그는 레이철 매도 쇼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우편으로 2쪽 분량의 트럼프 대통령 납세 자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방송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납세자료가 공개되자 백악관은 "MSNB가 시청률 때문에 납세자료를 훔쳐서 공개하는 건 완전히 불법"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득세를 포함해 수천만달러의 세금을 냈다며 "법이 부과한 세금보다 많이 낼 책임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부정직한'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의 납세 자료에 집착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에게 혜택을 주는 세금 개혁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의 이같은 반응에 MSNBC 측은 수정헌법 제1조(The First Amendment)를 내세우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자료를 공개한 것이라고 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감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납세 실적 공개를 거부해왔다. 미국 대선 후보들은 통상적으로 선거 과정에서 세금 납부 내역을 공개해왔지만 트럼프는 여론의 요구를 묵살하고 '버티기'로 일관했다. 첫 자진공개인 이번 건도 사실상 등떠밀려 내놓은 자료인데다 트럼프의 전반적인 납세 실적을 판단하기엔 역부족이란 비판이 높은 상황이다.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며 '트럼프 저격수'로 활동한 데이비드 브록은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밤 해답보다 더 많은 의문이 남았다"며 트럼프의 완벽한 납세 자료를 내놓는 사람에게 500만달러를 주겠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이자 트럼프그룹 수석 부회장을 맡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그가 4000만달러를 세금으로 냈다는 것을 알게 해준 레이첼 매도에 감사한다"는 글을 써 백악관의 언론 비판에 힘을 보탰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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