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 모여라…페북 속 '○○모음'

곽금주 교수 "이름 같으면 '우리'라는 소속감 만들어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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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이름이 같은 사람들끼리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드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를 들면 '유진모음'은 김유진, 이유진, 박유진 등 성은 다르지만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있는 페이지다. 이 외에도 민지모음, 정현모음, 현정모음, 다정모음 등 수많은 이름모음이 페이스북 상에 존재한다. 이름모음 페이지마다 친구 수가 적게는 10명 정도부터 많게는 1000명도 넘는다. 흔한 이름일수록 페이지 수도 많고 친구도 많다. 그렇다보니 이름모음 페이지 운영자들이 '내가 먼저 만들었다', '사칭하지 말라' 등의 글을 쓴 것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다보니 쉽게 친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이름모음 페이지에서 자신의 별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한다. 이름 풀이, 영어 표기법 등은 물론 이름으로 2행시를 적어 올리는 이들도 있다. 페이지 운영자가 "○○야 힘내"라고 적으면 '좋아요' 수가 많아진다.

한 이름모음 페이지 운영자는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고 쉽게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페이지를 만든 이유를 말했다. '오늘 날씨가 좋다', '불금인데 다들 뭐 하냐' 등의 일상 얘기도 이름모음 페이지에 올라온다. 이어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끼리 서로 댓글을 달아주며 친밀감을 쌓아간다. 페이지 운영자의 경우 간혹 "○○야 힘든 일 있으면 내게 말해"라는 말로 상담사 역할을 자처한다.

이름모음 페이지와 친구가 된 이들은 이름모음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지훈모음 페이지에서 활동하는 김지훈(20)씨는 "이 모음에서 나와 성은 달라도 이름이 같은 수백 명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페이지 운영자가 같은 이름인 연예인 등을 올려주니 재미있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지훈'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이대도 다양한 것 같아서 이름모음을 보면 웃음이 난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이름은 개인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데 같은 이름인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은 나와 또 어떻게 다른가'하는 궁금증이 생긴다"며 "유사성이 단합을 만들어내듯 이름이 같을 때는 '우리'라는 소속감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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