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근로자들 수면부족…연 157조원 경제손실

지나친 초과근무 등 혹독한 직장문화 탓…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근로자들의 수면부족이 세계 3대 경제국인 일본에 막대한 손실을 안겨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발간된 일본 정부의 '과로사 백서'에 따르면 정규직 근로자 중 절반 정도가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한다. 지나친 초과근무 탓이다.도쿄(東京) 소재 다이이치(第一)생명경제연구소의 사쿠야마 준코(柵山順子)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일본 근로자들의 수면부족이 "지나친 초과근무 등 혹독한 직장문화 탓"이라며 "근로자들의 장시간 근무는 수면부족과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몇몇 기업은 '최단 휴식시간', 다시 말해 퇴근 후 다음날 출근까지 일정 시간 휴식을 보장했다. 스미토모미쓰이(三井住友)신탁은행은 9시간의 최단 휴식 적용 대상을 지난해 12월 전직원으로 확대했다. 생활용품 제조업체 유니참은 8시간의 최단 휴식을 보장하고 저녁 10시 이후 직장에 머무는 것을 금했다.

유럽연합(EU)의 법정 하루 최단 휴식은 11시간이다. 그러나 일본에는 이를 정한 법이 아직 없다. 과로사 백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700개 기업 가운데 최단 휴식시간을 보장한 곳은 겨우 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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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중소기업의 최단 휴식시간 도입 권장 차원에서 2017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예산에 4억엔(약 40억원)을 책정했다. 중소기업은 고용규약 개정, 근로자 교육, 근로 데이터 관리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 관련 비용 지출 보조금으로 최고 50만엔을 지원 받을 수 있다.

미국 민간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한 지부인 랜드유럽은 캐나다ㆍ영국ㆍ미국ㆍ독일ㆍ일본 근로자들의 수면부족에 따른 경제적 손실 규모를 따져봤다. 그 결과 일본의 손실 규모가 비교적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들의 수면부족으로 일본 경제에 연간 최고 1380억달러(약 157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2.9%에 해당한다. 랜드유럽의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들 수면이 6시간 미만에서 6~7시간으로만 늘어도 일본 경제 규모가 757억달러 더 늘 수 있다.

사쿠야마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노동시장에서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장시간 노동"이라며 "인구가 날로 감소 중인 일본이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조기 사망 근로자 수를 줄이려면 초과근무부터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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