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폐선량 급증…수주 불씨 살아날까

지난해 전체 해체량 993척, 14% 증가…경기침체, 선복 과잉 영향
친환경규제 맞물려 내년 이후 발주 늘어날 것으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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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지난해 전세계 폐선(廢船)량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경기침체와 선복(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량) 과잉 탓에 컨테이너선과 벌크선들이 주로 고철로 해체됐다. 국내 조선사들은 당장은 시장 침체로 폐선 활동이 활발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이런 현상이 선박 환경규제와 맞물려 발주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24일 영국 조선해운전문기관 '클락슨'이 발표한 2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폐선량은 993척, 4440만DWT(재화중량톤수, 선박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무게)로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한 수치며 지난해 초 세계 선단의 2%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폐선은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위주로 이뤄졌다. 각각 총 폐선량의 18%, 65%를 차지했다.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선박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클락슨은 2017년 말까지 4000만DWT가 폐선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보다는 다소 줄어든 규모지만 만성적인 선박 공급 과잉 현상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 해체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달 조선ㆍ해양 전문 매체인 트레이드윈즈 보도에 따르면 건조한지 7년밖에 안 된 컨테이너선이 고철로 해체된 경우도 있었다. 4256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으로 선박 이름은 '하모니아 그라나다(Hammonia Grenada)'였다. 이 선박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이 사용했었지만 용선 계약이 최근 끝났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선종 수명이 20~30년이라 봤을 때 7년 된 선박을 해체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선박을 계속 운항하면서 손해를 보는 것보다 폐선하는 쪽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은 경기침체와 바닥을 기는 선가, 선복 과잉으로 폐선을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런 현상이 국내 조선사 수주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3대 친환경 선박 연료 규제와 맞물려 내년부터 발주가 서서히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부터 전세계 해상에 다니는 모든 선박은 황산화물(SOx) 규제를 따라야 한다. 연료유 중 유황분의 상한을 현행 3.5%에서 0.5%까지 줄이는 것으로, 선박 연료를 기존 벙커 C유에서 MGO 혹은 LNG로 바꿔야 해 신규 발주가 예상된다.

올해 9월 도입되는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와 내년부터 적용되는 실연비데이터보고(MRV)도 발주를 부채질 할 수 있다. 선박평형수처리장치는 다른 나라 항만에서 처리 안 된 평형수 배출을 금지하기 위해 선박 내 평형수 처리 설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MRV는 각국에 입항하거나 출항하는 모든 선박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제도다. 이런 제도 모두 노후 선박 교체 시기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조선사 관계자는 "앞으로 해운사의 경쟁력은 친환경 선박을 얼마나 갖고 있는냐로 결정될 것"이라며 "경기가 살아나면 선복량이 늘어나므로 당장 선박이 부족한 상황이 올텐데 이와 맞물려 수주 불씨를 지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LNG선과 유조선 발주가 올해 초부터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컨테이너선의 발주는 2018년 이후부터 고개를 들 것으로 내다봤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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