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내 멋대로 계산법…무역적자 부풀리나

재가공 품목 수출서 제외…보호무역주의 정치적 지지 확보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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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수지 측정방식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출품목의 기준을 더 엄격하게 하겠다는 것으로 미국 무역적자 통계를 조정해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강화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WSJ이 인용한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의 새 무역수지 계산법은 자동차와 같이 해외에서 들여와 제3국으로 재수출하는 제품들을 수출항목에서 제외하는 안이 포함됐다. 이렇게 되면 수입으로 계산되는 품목들이 재가공 돼 수출이 되더라도 수출로는 잡히지 않아 미국의 무역적자가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분석한다. 특히 미국이 매년 각각 500억달러 안팎을 재수출하고 있는 멕시코와 캐나다가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의 대(對) 멕시코 적자는 631억달러를 기록했는데 새 계산방식 대로라면 적자 규모가 1154억달러로 80%나 늘어난다. 무역수지 계산법이 바뀌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수정을 포함해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정당화하는 배경으로 쓰이게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이어서 홍콩, 중국, 일본 순으로 미국 재수출품이 많이 수출됐다. WSJ는 무역수지는 미 의회가 항상 모니터링 하고 있는 지표라면서 당장 트럼프의 무역관세 부과가 정치적인 지지를 받게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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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을 담당하는 관료들에게 의회 제출용이라면서 새로운 방법으로 측정한 무역지표 자료를 지난주에 요구했지만 일부 직원들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직원들은 결과물을 제출하면서 "새로은 계산법이 정확하지 않다"는 의견을 덧붙였다고 소식통들은 밝혔다.

USTR측은 무역수지 계산법 변경은 확정된 것이 아니며 상무부와 함께 가능성을 알아보고 있는 정도라고 해명했다. 상무부측은 더 정확한 수치 제공을 위해 통계 수집 방식에 대한 여러 의견을 종합해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WSJ은 그러나 이와같은 움직임은 최근 트럼프가 정부 정책에 유리한 방향으로 통계를 가공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이 최근 연방정부 예산안 제출을 위해 참고하는 향후 10년간 미국 성장률 전망치 역시 민간기관이나 초당적 의회예산국(CBO)이 작성한 것보다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무역수지 측정법 변경을 지지하는 측은 '미국산'이란 정의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제품을 가려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이같은 움직임에 우려를 표시한다. 수입항목은 손대지 않고 재수출 품목을 총수출에서 제외할 경우 발생하는 무역적자 인플레이션 후폭풍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경제조사부(BEA)의 스티브 랜더필드 전 국장은 "통계에서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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