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中과 17조 투자유치 본격 협상…트럼프 견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필리핀 정부가 17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유치를 약속한 중국에 장관급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대중 관계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3일 필리핀 현지 언론 및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이날 카를로스 도밍게스 재무장관과 벤자민 디오크노 예산장관, 아서 투가데 교통부 장관, 마크 빌랄 공공사업부 장관, 에르네스토 페르니아 국가경제개발청(NEDA) 청장 등 고위급 정부 인사를 대거 베이징에 보냈다. 이들이 중국을 찾은 것은 지난해 10월 두테르테 대통령 방중 당시 합의한 150억달러(약 17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다. 당시 중국은 필리핀에 투자 및 90억달러의 차관 제공 등 총 240억달러(약 28조원) 규모의 경제협력을 약속했다.

필리핀 대표단은 1박 2일동안 베이징에 머물면서 왕양(汪洋) 중국 부총리와 가오후청(高虎城) 상무부장, 쉬샤오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등을 개별 면담할 예정이다. 또 중국 기업 총수들도 잇달아 만날 계획이다.

필리핀의 이런 대 중국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직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마약 관련 강경 정책에 대한 서방 사회의 비판과 트럼프의 불법 이민자 추방 공약 등으로 미국과 여전히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두테르테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대해 "트럼프의 취임 연설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매우 솔직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지만 아직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