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기소과정서 드러난 '삼성합병' 朴대통령 개입 정황

문형표 전 장관/사진=아시아경제 DB

문형표 전 장관/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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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정현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 입장을 내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16일 구속기소했다. 특검은 이날 문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문 전 장관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담당자로 하여금 '삼성 합병' 안건을 전문위원회에 부의하지 못하게 했다"면서 "장관의 지휘ㆍ감독권을 남용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또한 "문 전 장관이 2015년 6월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성사될 수 있게 잘 챙겨보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특검에 따르면 문 전 장관은 '삼성 합병' 건과 관련해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 담당자로 하여금 안 전 수석 등에게 합병 관련 동향을 수시로 보고하게 했다.문 전 장관은 또한 담당 직원들에게 "삼성물산 합병 건은 100% 슈어(Sure)하게 성사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합병을 꼭 성사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지시했다.

특검은 특히 당시 국내외 자문기관들이 일제히 합병 비율의 문제를 지적하고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면 안 된다'는 권고를 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문 전 장관은 합병 찬성 결론을 확실하게 이끌어내기 위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본부 내 직원들로만 구성된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찬성을 결정하기로 계획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복지부의 한 간부는 문 전 장관의 이 같은 지시에 따라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 등에게 "'삼성 합병' 건은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라"고 말하고 "삼척동자도 다 그렇게 알겠지만, 복지부가 관여한 것으로 말하면 안 된다"고 입단속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 전 장관은 지난달 27일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격 소환된 후 조사를 받던 도중 긴급체포됐다. 이후 같은달 31일 구속됐다. 문 전 장관은 특검 출석 전까지만 해도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한 바 없다고 부인했지만 특검 조사에서 결국 이를 시인하고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장관은 앞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해 위증한 혐의(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는다.

특검은 문 전 장관의 진술을 토대로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 과정에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한편 특검은 이날 이 같은 정황 등을 바탕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특검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는 대가로 박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측에 대한 각종 금전지원을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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