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詩]캔들/ 안미옥

궁금해
사람들이 자신의 끔찍함을
어떻게 견디는지

자기만 알고 있는 죄의 목록을
어떻게 지우는지하루의 절반을 자고 일어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흰색에 흰색을 덧칠
누가 더 두꺼운 흰색을 갖게 될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은
어떻게 울까나는 멈춰서 나쁜 꿈만 꾼다

어제 만났던 사람을 그대로 만나고
어제 했던 말을 그대로 다시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징그럽고
다정한 인사

희고 희다
우리가 주고받은 것은 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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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지, "자신의 끔찍함을" "어떻게 견디는지", "자기만 알고 있는" 자신의 "죄의 목록", 그리고 그것을 쓱싹쓱싹 "어떻게 지우는지", 그건 비밀, 나쁜 비밀. 나쁜 줄 알면서도 하루하루 차곡차곡 쌓아 가는 비밀, 그러다 나 몰라라 내팽개치는 비밀, 내팽개치면 칠수록 요요처럼 도로록 말려 올려와 기어코 손안에 쥐여지는 비밀, 결국 내 것이고 나 자신일 수밖에 없는 비밀. 그래서 난감해지는 비밀, 그래서 남루해지는 비밀, 그래서 처량해지는 비밀. 밤마다 진심을 다해 기도하려 하지만 촛불은 이내 꺼져 버리고, 애꿎은 양초에다 자꾸 덧바르기만 하는 비밀, 두꺼워지는 비밀, 변명으로 가득해지는 비밀, 맨들맨들해지는 비밀,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바라보게 된 비밀, 비밀이라기엔 글쎄다 싶은 비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비밀, "우리가 주고받"는 비밀, 누구에게나 실은 들키고야 마는 비밀, 그러나 들킬 때까지 어떻게든 꼭 움켜쥐고 있는 비밀, 죽어서야 진짜 비밀이 되어 버리는 비밀. 그러니 죽을 때까지 이건 우리끼리 정말정말 비밀.

채상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