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의 비밀④]수상한 닭·계란값…치킨값은 '요지부동', 계란은 2배 급등

닭 산지가격 17.6% 하락했는데
소비자가 하락폭은 5%대에 그쳐
원재료 값 떨어져도 치킨값은 그대로
가격 인상은 '빠르게' 인하는 '느리게'

생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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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닭값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지만 치킨값은 그대로다. 가격 인하요인이 발생할 때는 꿈쩍도 않다가 인상 요인이 발생하기만 하면 판매가를 득달같이 올리는 꼴이다. AI 사태를 악용해 중간 유통과정에서 계란 값을 크게 부풀려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도 일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I 피해가 확대되면서 11일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 기준 계란 1판(특란ㆍ30개) 가격은 일주일만에 8444원에서 9440원으로 올랐다. 금액으로는 1000원, 상승률로는 11.8% 가량이 올랐다. 한 달 전 계란 값은 5873원으로, 2배가량 오른 셈이다.

닭값은 AI 여파로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같은 날 거래된 도계 1kg당 가격은 4955원으로, 한 달만에 4.3% 떨어졌다. 특히 산지 가격은 AI 여파로 소비수요가 급감해 하락폭이 더 크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9일 육계 1kg당 산지가격은 1307원이다. 이는 AI 발생일(11월16일) 거래가격(1586원)보다 17.6%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반면 소비자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거래된 육계 kg당 소비자가격은 5063원으로, 지난해 11월16일 거래가격(5380원)대비 하락폭은 5.8%에 그쳤다. 치킨값도 요지부동이다. 원재료인 닭값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데도 가격인하는 커녕 인상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여름 남미지역을 휩쓴 태풍의 영향으로 콩 수확량이 크게 줄어 식용유 부족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산지가격과 소비자가의 차이도 지적됐다. 실제 산지에서 1200~1500원대에 거래되는 육계 1kg은 시중에서 5배가량 비싼 값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간 유통과정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유통구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배추 등 채솟값도 중간단계를 거치며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이 크게 차이나 논란이 된 바 있다. 다만 채소 가격에는 계절에 따라 작황이 좋고, 나쁠 수 있는 위험이 반영됐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반면 계란의 경우 채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계절적 위험요인이 적어 수급조절이 수월해 가격차가 크게 날 이유가 적다는 것.

계란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농가와 중간상인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간상인과 농가는 서로가 비싼 가격에 계란을 팔기 위해 시장에 물량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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