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수다] 겨울철 식탁의 주연! 조연! 특별출연! 시래기 요리 맛보기

오늘도 우리집 부엌에서는 보글보글 구수한 된장찌개가 끓고 있다. 멸치와 다시마를 푹 끓여서 진한 국물을 우려내고, 눈 덮인 항아리에서 퍼온 짭짤하고 콩알갱이가 듬성듬성 있는 된장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 시래기를 국물에 넣어 푹 끓인다.

시래기가 익어 부드러워지면 약간의 마늘과 숭덩숭덩 썰은 파를 넣어 주면 시래기 된장찌개가 완성된다.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시래기 된장찌개는 국물 겸 반찬으로 밥 한공기를 금방 비우게 된다. 가을철에 무를 뽑아 잘라낸 무청을 새끼줄로 엮어서 찬바람과 서리를 맞추어가면 바삭하게 말린 무청을 다시 물에 불리고 삶기를 반복하여 부드러운 시래기를 만든다. 무에서 잘라낸 무청을 버리면 쓰레기가 되지만 이렇게 말리면 시래기가 된다.

버려질 식재료를 잘 말려 맛있는 요리까지 해 먹는 민족이 또 있을까? 시래기 요리를 먹을 때마다 시래기의 특별함에 자긍심이 샘솟으며 시래기 요리의 예찬론자가 된다.

시래기밥

시래기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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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래기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예찬론자는 아니었다. 어릴 적 겨울이면 어머니의 단골 메뉴에는 늘 시래기가 함께 했다. 시래기된장국은 우리집 밥상에 늘 등장하는 주인공이었고 시래기 볶음은 주인공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조연이었다. 생선보다 시래기가 많은 생선조림은 한 번씩 등장하지만 영향력이 있는 특별출연쯤 되고 시래기밥은 반찬투정을 하다 야단을 맞는 에피소드를 만들어준 까메오 출연쯤 되었다. 그때는 그 시래기 맛이 싫었다. 그래서 빨리 겨울이 지나갔으면 했다.

이제 그때 어머니 나이쯤이 되니 나도 우리집 밥상에 시래기 반찬들을 자주 캐스팅하게 되었다. 그 시절 어머니는 시래기에 담긴 영양정보보다 먹을 것이 귀하고 부족해서 시래기를 밥상에 올렸을 것이지만 나는 가족의 건강을 위해 시래기를 열심히 삶고 있다.

시래기는 현대인에게 부족한 영양을 채워주고 몸속의 노폐물을 배출해주는 기특한 식재료이다. 식이섬유뿐 아니라 칼슘, 철분, 베타카로틴성분 등이 풍부하니 건강함에 있어 겨울철 최고의 식재료로 손색이 없다. 그리고 시래기 깊고 진한 맛이 느껴질 때 인생의 맛도 제대로 알게 될 것이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 (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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