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후, 은행들 골프장부터 들여다봤다

NH농협, 여신 있는 28곳 대상 감리…KB·우리·신한도 적극적 모니터링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은행들이 ‘부정 청탁과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법)’의 시행을 계기로 골프장 경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골프장 경영이 악화될 경우 대출금 회수 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여신을 가지고 있는 전국 28곳 골프장을 대상으로 감리 절차에 돌입했다. 감리는 기존 대출금을 회수할 지 여부를 판단하기위한 절차다. 농협은행은 빠르면 이달 말 내 감리보고서를 만들고, 감리 결과에 따라 부실하다고 판단되는 골프장에 대해서는 대출 만기 연장을 하지 않는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 고위 관계자는 “28곳 중 1곳은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김영란법 시행으로 부실이 우려되는 만큼 감리를 통해 부실을 알아보고 선제대응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여신을 보유한 골프장에 대해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진행했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개별 골프장별로 재무상황을 파악한 뒤 컨설팅이 필요한 곳은 관련 서비스를 진행해주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골프장별로 2년 전부터 관리를 해왔다. 우리은행은 회원제 골프장을 퍼블릭(대중)골프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유도하는 등 골프장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대출금에 대해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2013년 6월 말 기준 시중은행의 골프장 대출잔액은 5조7000억원이다. 은행들이 골프장에 대한 대출잔액을 매년 5~10% 가량 줄여왔던 것을 고려하면 아직도 4조원 가량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전국의 골프장은 520여개로 20여개 가까운 골프장이 매물로 나와있으며 30여개 골프장이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앞서 2000년대 초중반 이후 지어진 대부분의 골프장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은행으로부터 회원권과 부지 담보 조건부로 자금을 조달받아 건설됐다. 예를 들어 1200억원 규모 골프장일 경우 소유주의 자금은 200억원 정도만 들어가고 회원 입회보증금 700억원, 은행 대출 300억원 등 외부에서 1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은행들은 부실을 우려해 골프장에 대한 신규대출을 일체 중단했지만, 기존 대출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기존 골프장의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이 현저히 줄었다. 골프회원권 담보는 줄이고 골프장 부지 담보는 늘리면서 익스포져(위험노출액)를 줄였지만 원금 회수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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