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기자의 명품무기]없는 시험시설도 만든 '해성'

2001년 5월에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이 CMG에 직접 탄을 장착하는 모습. (사진제공=국방과학연구소)

2001년 5월에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이 CMG에 직접 탄을 장착하는 모습. (사진제공=국방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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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우리 군은 1974년 북한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프랑스제 엑조세 미사일을 도입했다. 하지만 엑조세는 지나치게 비싼 데다 당시 한국 해군이 운용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컸다. 해군은 북한 함정을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작고 값싼 함대함 유도탄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에 함대함 미사일인 '해성(海星)' 개발에 나선다. 해성은 함대함 순항미사일이다. 표적을 지정해주면 발사 후 스스로 최적 고도와 비행경로를 따라 비행한다. 표적 가까이에 가서는 해면에 밀착된 초저공비행으로 표적 함정의 방어장비를 회피한다. 표적을 맞히지 못하면 다시 선회비행해 명중시킬 때까지 반복 공격한다. 해성은 스트랩다운 방식의 관성항법장치(INS)를 채택했기에 속도와 위치 자세 등의 비행정보를 스스로 판단해 최적의 코스로 비행한다. 해성의 양산과 배치는 한국군이 최초로 순항미사일 기술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해성의 개발에는 수많은 어려움이 뒤 따랐다.


해성을 처음 개발할 때만해도 국내에서는 고속 충돌을 묘사해 탄두의 관통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슬레드 테스트(Sled Test)조차 없었다. 이에 국방과학연구소(ADD)연구원이 고안해 낸 것이 바로 무반동포의 원리를 이용한 일종의 대형무반동포(CMGㆍCounter Mass Gun)이다. 성공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지만 해성을 포기할 수 는 없었다.


2001년 5월 우격다짐 끝에 만들어진 CMG에 모의탄두를 장착하고 첫 발사를 시험했다. 실망이었다. 탄의 속도는 7%밖에 구현하지 못했고 탄두는 발사관 코앞에 떨어졌다. 한달 뒤 추진제를 50%늘려 시험발사를 했다. 하지만 사고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발사버튼과 함께 발사관이 폭발하고 100kg가 넘는 파편은 사격장면을 촬영하던 연구원들의 머리위로 날아다녔다. 도전은 계속됐다. 2002년 3차 사격은 훌륭했다. 탄의 속도를 90%를 구현했고 함정 관통능력을 지상시험으로 입증했다.


ADD연구원은 "1996년 개발에 착수해 2003년 실전 배치된 해성은 개발자들의 속을 애태웠다"며 "세 번째 비행시험에는 발사 후 60초 만에 추락하고 유도과정 시험에서 연속 실패하기도 했다"면서 개발과정을 회상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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