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름 굴기①]전자·철강·반도체 이어 '정유'도 넘본다

내년부터 中 경유 품질 개선…우리나라 수입해 유통 가능
저가전략 예상, 정유업계 긴장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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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그동안 품질이 나빠서 수입되지 못했던 중국산 기름이 내년부터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 중국산 기름 품질이 국내 기준에 맞게 대폭 개선되면서 유통이 가능해졌다. 중국산 기름 가격은 국산보다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정유업계는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 발전을 뜻하는 '중국 굴기'가 전자ㆍ자동차에 이어 정유 산업까지 확대되면서 기술 우위를 장담해온 국내 기업들의 대응도 바빠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중국에서 생산되는 휘발유, 경유 품질 규격이 상향되면서 중국산 기름의 국내 유통이 가능해진다. 중국 정부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황 함류량을 우리와 같은 10ppm(1ppm은 1백만분의 1)로 낮췄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50ppm이어서 국내 수입이 불가능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싼 가격을 제시하면 국내 정유 4사에서만 제품을 구입하던 유통점은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고, 수입사들에게도 중국산 제품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곳을 통해 국내 주유소로 중국산 석유가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는 중국이 보유한 정유 제품 물량이 포화상태여서 우리 시장에 '밀어내기'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은 경유가 넘쳐난다. 휘발유 수요가 증가하며 원유 정제량을 늘리고 있는데 중국 내 경유 수요는 속도를 못 따라가 재고가 쌓이고 있다.

국내 정유사 트레이더는 "중국이 남아도는 경유를 인도네시아나 필리핀과 같은 국가들을 대상으로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은 채 싸게 팔아치우는 실정"이라며 "재고 관리 비용을 들일 바에야 차라리 저가에 팔아넘기는 게 낫다는 것이 중국의 계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 들어오지 못했을 뿐 중국 산 경유는 아시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일본과 대만을 제치고 한국ㆍ싱가포르ㆍ인도에 이어 아시아 4위 경유 수출국에 올랐다. 같은해 3월 아시아 지역 내 중국의 경유 점유율은 4%였지만 12월에는 12%까지 늘어났다. 중국의 경유 수출 물량은 그해 상반기 일일 8만 배럴에서 21만 배럴로 증가했다. 글로벌 에너지컨설팅사인 JBC 에너지는 올해 중국의 경유 수출 물량을 9855만 배럴로 예상하고 있다. 일별로 환산하면 약 27만 배럴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의 경유 수출 물량(올해 상반기 기준 일일 55만 배럴)의 절반 수준이지만 중국의 과잉생산이 지속되면 간극은 빠르게 좁혀질 수 있다.

국내 정유사 관계자는 "2012년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세재 혜택을 등에 업은 일본산 경유가 우리나라에 대거 수입됐지만, 국내 업체 반발로 혜택이 사라지자 중단된 경험이 있다"라며 "그러나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울 것이란 측면에서 당시와 상황이 전혀 달라 중국의 생산ㆍ수출 추이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국산 기름 수입이 우리나라에 또 다른 기회를 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내년부터 중국산 제품이 국내로 들어오면 국내 정유사들이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여력은 더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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