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나영의 생생파일]1000만 시민 책임진 그들, 과연 행복한가

[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인구 1000만명,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서울시청이 뒤숭숭하다. 최근 나흘새 2명의 직원이 잇달아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서다.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중이라 구체적인 동기는 알 수 없으나 둘다 업무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중 한명은 소속부서 팀장에게 업무 변경 요청까지 여러 번 했다는 후문이다. 서울시 내에서는 다들 이번 사건에 대해 쉬쉬하면서도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 새어나온다.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연말이 되면 모든 지자체나 기업들이 새해 사업계획이나 예산 문제 등으로 바빠진다"며 "문제는 지자체의 경우 연말연시에 전시성 행정 업무에 동원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구 1000만명의 살림을 꾸리다보니 '작은정부'라고도 불리는 서울시의 업무강도는 다른 지자체 공무원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자치구에서 직원 한 명당 동원되는 전시성 행정 업무가 2~3개라면 서울시는 7~8개라는 것이다. 그래서 연말은 모든 부서가 자체적인 사업계획 제출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쁠 시기다. 부서 내 자신의 업무는 업무대로 하면서 전시성 행정 업무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이는 말그대로 업무 '과잉'인 셈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보가 최근 심상치 않다. 원래 '부지런한 시장'으로 인식돼온 터라 분주한 것이 당연해보이긴 하나 아무래도 최근의 움직임은 무언가 목적성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울역 고가의 공원화 추진과 풍남토성 토지보상 계획 등 굵직한 현안들이 추진되고 있다.시장 취임 후 추진했던 수요일 조기퇴근제 등 직원들의 가족 복지 정책도 언제인가부터 쑥 들어갔다는 게 얘기도 흘러나온다.

지난 2013년 봄에도 경기도와 울산 등에서 사회복지사들이 잇따라 자살하면서 사회적인 파문을 일으켰다. 이들의 극단적인 선택은 민원인들의 폭언과 폭력, 그리고 과중한 업무 등 열악한 근무여건이 원인이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회복지사들이 거리로 나섰고 한 목소리를 냈다. "우리는 행복해야 합니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으면서 남을 행복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박 시장은 '사람이 중심인 서울, 시민이 행복한 서울'이라는 비전을 내걸었다. 1000만명 시민의 행복과 살림살이를 책임진 서울시 직원들이 행복하지 않은 듯하다. 이들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으면서 서울시민들의 행복을 책임질 수 있을까.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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