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만에 사전 계약 1만 대 돌파 'EQ 900', 연간 판매 목표는 2만 대…왜?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제네시스 EQ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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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9일 출시한 제네시스 브랜드 첫 모델인 'EQ 900'가 사전 계약 건수 1만 대를 돌파하면서 기세를 올리고 있다.

11일 현대차에 따르면 EQ 900는 지난달 23일 사전 계약을 시작해 공식 출시일인 9일까지 1만2700대의 계약 건수를 기록했다. 이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에쿠스 사전 계약 대수 2600대와 비교하면 약 4배 정도 증가한 수치이다. 국내에서 보름여 만에 사전 계약 1만 대를 돌파했지만 현대차는 내년 판매량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곽진 현대차 부사장은 9일 EQ900 신차 발표회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처음에 판매량을 1만5000대로 잡았다가 2만 대로 올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내년 판매량을 묻는 질문에 “기자들이 보기에는 얼마나 팔릴 것 같으냐”면서 즉답을 피했다.

현대차는 EQ 900 출시 관련 보도자료에 ‘연간 판매 목표 2만 대’라고 밝혔다가 배포 직전 관련 내용을 뺀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 계약만 1만 대를 돌파했는데 연간 판매 목표가 2만 대라는 게 앞뒤가 안 맞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내에서 보름 만에 사전계약 1만2700대를 기록했으므로 글로벌 판매량은 연간 10만 대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대차가 판매 목표를 2만 대 정도로 낮춰 잡은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분석이다.

EQ 900은 가격이 1억 원 안팎이어서 수요가 제한적이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판매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에쿠스의 연간 글로벌 판매량이 1만5000대 내외였던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출시한 대형 세단 ‘아슬란’의 아픈 기억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현대차는 아슬란을 내세워 안방 시장을 치고 들어오는 수입차를 잡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오히려 수입차에 밀려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연간 2만대 판매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11월까지 8061대 판매에 그치면서 현대차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3.8L, 5.0L 등 파워트레인이 두 종류였던 에쿠스와 달리 EQ 900은 3.3L 모델을 추가했기 때문에 판매에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EQ 900의 엔트리 모델인 3.3L GDi 터보 모델은 자가 운전자를 주요 고객으로 보고 있다.

EQ 900 3.3L GDi 모델의 최하위 트림 가격은 7700만 원으로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상위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EQ 900가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와 경쟁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지만 그 아래 급인 E클래스나 5시리즈와 비교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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