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아준 경찰 도움에 학교 다닙니다"

낯선 한국 문화에 방황하던 15세 탈북 소녀의 감사편지

집단따돌림 걱정에 학교기피
신변보호 담당 김정팔 경위
상담ㆍ설득에 대안학교 진학

제주 서부경찰서 김정팔 경위

제주 서부경찰서 김정팔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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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철 기자 ]
"탈북민에게 선입견 없이 같은 민족이라는 마음으로 손을 내밀어 준다면 자부심을 갖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 갈 수 있습니다."  한국의 낯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던 북한이탈주민 청소년이 한 경찰관의 지속적인 상담과 도움으로 새로운 학교에 진학해 꿈을 키우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변모(49ㆍ여)씨와 딸 승주(15ㆍ가명)양 모녀는 10일 제주 서부경찰서 정보보안계 김정팔 경위(50) 앞으로 '경찰관이 너무 고맙습니다'라는 감사의 편지를 전달했다.
 변씨 모녀는 이 편지에서 "딸 승주는 성격이 내성적인 데다 남북한 언어(억양)의 차이로 학교 수업을 어려워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며 "김 경위의 도움으로 용기를 내어 새로운 학교에 진학해 희망을 품고 잘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씨 모녀는 지난해 중국을 거쳐 탈북에 성공해 올해 초 제주도에 안착했다. 그러나 변씨의 딸 승주양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남한사회 언론을 통해 접한 학교에서의 집단 따돌림과 학교폭력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중국으로 가야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고 슬금슬금 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때 변씨 모녀의 신변보호를 담당하던 김 경위가 큰 힘이 돼주었다. 김 경위는 직접 승주양 담임 선생님을 찾아 승주의 힘든 상황을 전달하고 진로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김 경위는 승주양이 남한사회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선 전문적인 교육기관으로의 전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
 김 경위는 변씨와 담임선생님의 상담을 거쳐 북한이탈주민 청소년 대안학교인 경기도 안성의 한겨레중고등학교에 승주양을 추천했다.
 한겨레중고등학교는 북한이탈 청소년들이 탈북과정에서 받은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고 남한 사회에서 교육과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받아 설립됐다.
 승주양은 현재 이 학교로 전학해 같은 또래 탈북민 학생들과 어울리며 새로운 꿈을 키우고 있다.

 김 경위는 "변씨 모녀처럼 남북한 문화적 차이로 힘들어하는 탈북민이 많다"며 "탈북민이 남한사회에서 진정한 정착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의 자녀에 대한 교육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yccho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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