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R&D 세액공제 축소 방침에 우려 표명

"韓 기업 기술경쟁력 갉아 먹어…되레 늘려야"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재계가 정부의 연구·개발(R&D) 비용세액공제(이하 R&D공제) 축소 방침에 우려를 표명했다. 단기 세수확보에 치중해 R&D 투자 지원에 소홀할 경우 미래 성장동력을 떨어뜨리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2일 "우리나라의 R&D 세제지원 정책이 2012년부터 축소 일변도로 흐르고 있다"며 "올해 세법개정 과정에서 R&D 세액공제가 축소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공제율과 공제대상이 줄고 공제여건이 까다로워졌다"며 "주요국의 R&D 확대 노력과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2013년 특허박스 제도를 도입해 특허 수익에 대해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미국은 지난 5월 하원에서 R&D 세액공제 영구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R&D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재도 한국기업은 세계 다른 기업과 견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적은 편이다. 일례로 유럽연합(EU)에서 발표한 '2013년 R&D 세계 상위 2500대 기업' 중 한국기업은 80개(3.2%)에 불과했다. 상위 기업에 속한 80개 기업 역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2.3%로 전체 평균(3.2%)에도 못 미쳤다. 전경련은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고 중국 등 후발주자에 따라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R&D 투자를 더욱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 세제지원 확대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자료 : 전경련)

(자료 : 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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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은 R&D 세액공제가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인식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3년 기준 전체 R&D 공제액의 67.8%를 받는 등 대기업 비중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혜택이 집중돼 보이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홍성일 재정금융팀장은 "R&D는 실패할 확률이 높고 오랜 기간 지속돼야해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이라서 혜택을 많이 주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그만큼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같은 해 대기업이 전체 R&D 투자의 74.2%를 집행했다는 사실은 간과되고 있다"며 "지금은 실적부진 속에서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들을 더욱 독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R&D 세액공제 축소가 R&D 투자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경련은 "R&D 공제 축소 시 연구직 등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며 "지금까지의 R&D 지원 축소로도 벌써 R&D 투자가 1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원을 더욱 줄일 경우 R&D 증가율은 더욱 축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공제제도에 대한 논의가 민간투자 유도 효과가 아닌 단기 세수확보에 집중돼 있어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R&D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8.5%로 다른 나라보다 높은데 이번 세제지원 축소로 민간의 연구개발 활동이 위축될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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