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오바마·이재용…그들의 라이벌

잘 활용하면 빅리더가 되고
잘못 들쑤시면 옹졸한 패배자로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기업가나 정치인들 처럼 세상에 많이 알려진 이들에게도 라이벌이 있다. 라이벌은 이들을 더 빨리, 더 많이 성장시키는 자극제가 된다. 세상이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라이벌 간의 경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국과 중국은 오랜 라이벌 관계다. 이들 국가를 대표하는 수장들은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항상 라이벌로 불려왔다. 특히 시진핑이 2012년 중국 국가주석 자리에 오르면서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의 경쟁 구도는 더욱 공고해졌다. 둘의 신경전은 다른 나라로까지 이어진다. 남중국해와 센카쿠 지역 등지의 영토분쟁과 이란, 시리아 문제 등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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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라이벌은 '1 vs 1' 사람 간의 경쟁이 아니라 그 개념이 '국가 vs 국가' 혹은 '1 vs 다수'로 확장되기도 한다. 일례로 세계 최연소 입단, 한국 최초의 9단인 바둑기사 조훈현 9단은 중국의 녜웨이핑, 마샤오춘 모두의 라이벌이었다. 한국바둑과 중국바둑의 세대간 라이벌 구도는 이후 '이창호 9단 vs 마샤오춘 - 창하오 - 구리'로 이어져 세계 팬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어떤 이에게는 '000의 라이벌'이라 불리는 것 만으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라이벌로 불린다는 것은 결국 그와 대등한 위치에 있다고 인정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라이벌로 자기 자신을 꼽았지만 세상은 항상 그를 누군가와 비교하며 라이벌을 만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주인 빌 게이츠와, 소프트웨어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의 에릭 슈미트,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 모두 그의 라이벌로 불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라이벌은 그의 아버지 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일수도 있다. 지금의 이 부회장, 정 부회장은 삼성과 현대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이끈 아버지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아버지가 이뤄놓은 성과들을 유지하는 동시에 더 성장시켜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가 그들에게 최대 라이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IT계의 라이벌로는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서울대학교 86학번 동창이자 삼성 SDS 입사 동기로 돈독한 우정을 쌓았지만 네이버와 다음이라는 포털 라이벌과 각각 손을 잡으면서 강력한 라이벌로 뒤바꼈다. 지금은 카카오톡과 라인으로 대변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라인페이와 카카오페이, 라인 택시와 카카오 택시 등 오프라인과 연계한 택시 사업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경쟁하고 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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