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추경 엄정심사해 효과 극대화해야

정부가 오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와 가뭄, 경기 대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11조8000억원을 포함한 22조원 규모의 재정보강 계획을 발표했다. 추경의 절반 이상인 6조2000억원은 메르스ㆍ가뭄 등에 쓸 돈이고 나머지는 세수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세입 용도다. 정부는 이번 재정보강으로 경제성장률을 0.3%포인트 정도 올릴 것이라면서 심각한 경제상황을 고려해 이번 추경안이 오는 20일 이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내우외환을 맞고 있어 추경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한다. 메르스 사태로 소비는 한층 얼어붙었다. 생산과 투자는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제조업 가동률은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계속 감소하고 있는 데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 등 대외 리스크도 커지고 있어 적극적인 정책대응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추경의 방향과 내용은 따져볼 점이 적지 않다. 우선 추경 재원의 대부분인 9조6000억원을 빚을 내서 조달한다는 내용이 그렇다. 효율적으로 추경대상을 정해서 규모를 줄일 수는 없는지, 재정의 건전성은 어떻게 지킬 것인지 국회 심의과정에서 엄정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어려운 과제를 실행에 옮기려면 지혜를 모으는 게 필수다. 야당은 메르스 지원은 폭넓게 확대하되, 경기부양적인 추경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야당의 이 같은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 꼼꼼하고 정밀한 예산 심의를 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신속한 처리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9월 쯤에 추경안을 통과시키고 그 이후에 돈을 풀어봐야 효과는 없다. 메르스 사태로 타격을 입은 병원과 관광업계 등에 대한 지원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가뭄 대책도 마찬가지다. 2013년의 경우 5월에 추경을 편성했음에도 연말까지 추경 예산을 모두 소진하지 못한 경험이 있음을 여야는 상기하기 바란다.경기 부양적 추경을 편성할 경우에도 경기가 살아나 세수가 늘고 재정건전성이 개선되도록 하는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는 사업을 골라야 한다. 그것이 국민혈세를 허투루 쓰지 않으면서 경기를 살리는 길이다.

이번 추경의 규모와 효과, 사용처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목표가 애매모호해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쓰이거나, 집행의 지연으로 경기가 살아나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은 박근혜정부는 물론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있음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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