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 휴업 반기는 학부모…학교엔 맞벌이 자녀 10여명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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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강남·서초 내 유치원·초등학교 126곳 일제 휴업
학부모들, 돌봄교실 보내기도 꺼려
직장맘 부랴부랴 월차…아이들은 방학에 신나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서울 강남 '맹모'들의 불안한 마음이 초등학교 앞 분위기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8일 오전 강남구와 서초구에 소재한 초등학교 앞은 한산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문에 8일부터 사흘간 휴업령이 내려진 탓이었다.평소 학생들 등교 시간인 오전 8시30분이 넘어서도 학생들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교실은 불이 꺼진 채 텅 비어있었다.

기자가 찾아간 서울 강남구 A초등학교에 등교한 학생은 10여명이 채 되지 않았다.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 학교에서 제공되는 돌봄교실에 보내는 부모가 많지 않음을 보여줬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마트마저 찾지 않는 이들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은 것이다.

이 학교 B 교장은 "지난주부터 학부모들이 불안해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오늘(8일) 중 메르스 확산 추이 등을 살펴보고 이틀 정도 휴업할지 결정하려 했는데 시교육청에서 마침 휴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찾아간 서울 서초구의 C초등학교도 학생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역시 돌봄교실에 참여하기 위해 학교에 나온 학생은 10명도 되지 않았다. 주말이었던 7일 오후 3시30분쯤 시교육청의 휴업령이 내려져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를 맡길 곳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작 돌봄 교실에 참여하는 학생 수는 많지 않았다.

C초등학교 돌봄교실 담당 D교사는 "어젯밤(7일) 밤 7시부터 9시까지 학부모들에게 연락했고, 40명 가량 참여하는 돌봄교실 아이들 중 5~7명만 (학교로) 보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학부모 중 아예 월차를 내고 아이를 보신다는 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C학교는 이날 돌봄교실 프로그램을 평소보다 학생이 줄어들자 프로그램을 다소 수정해서 진행하기로 했다.

어른들의 걱정과 달리 어린 학생들은 난데없는 '방학'에 신이 났다. 휴업에 학교에 오지 않은 학생 중 일부는 학교 근처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C초교 앞에서도 4~5학년 학생 2명이 가방을 멘 채 학교 근처 공원에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이 학생들은 "메르스 때문에 학교가 쉬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놀이터에 놀러갈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인근 놀이터에는 근처 휴업한 중학교 학생들도 나와 놀고 있었고, 자전거를 타며 학교 주위를 도는 초등학생들도 많았다.

이에 비해 교사들은 모두 출근해 근무하면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교사들 중 일부는 메르스에 감염될것을 우려해 마스크를 쓰고 출근할 정도로 불안해하는 이들도 있다. C초교 한 교사는 "학부모들 중 의사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병원 내 감염 사실이 전해지면서 다른 학부모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휴업이 내려져 학부모들도 안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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