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이착륙 수송기 ‘오스프리의 불명예’

오스프리는 최고의 수직 이착륙 수송기인 반면에 과부 제조기'(Widow Maker)라는 불명예 별명까지 얻고 있다.

오스프리는 최고의 수직 이착륙 수송기인 반면에 과부 제조기'(Widow Maker)라는 불명예 별명까지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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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프로펠러 엔진의 방향을 바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비행체인 수직 이착륙 수송기 MV22 '오스프리'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91년 6월 사고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추락 등 모두 14건의 사고가 발생해 7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부 제조기'(Widow Maker)라는 불명예 별명까지 얻었다.

지난 17일에도 미국 하와이에서 훈련 중 착륙 실패로 모두 2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프로펠러 엔진의 방향을 바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비행체라는 뜻인 '틸트 로터'(Tilt Rotor)로도 불리는 오스프리는 헬리콥터와 고정익 항공기의 장점을 딴 기종이다. 미군은 해병대용(MV22)과 공군용(CV22)으로 만들어 전력배치했다. 시속 500㎞ 이상인 데다 항속거리도 1600㎞나 되며, 공중급유를 받으면 이론적으로는 대륙 간 비행도 가능하다. 이때문에 수직 이착륙과 고속 비행이 가능하고 아군의 병력을 적지 깊숙이 침투시키거나 기습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등 혁신적인 군용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합동특수전사령부(JSOC) 소속 델타포스 요원들이 성공적으로 수행한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 재정 책임자 제거작전에도 이 기종이 사용됐다. 하지만 작전성공에는 끊임없는 인명피해도 잇따랐다. 지난 1980년에는 오스프리로 인해 이란 주재 미 대사관 인질구출작전(독수리 발톱 작전)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작전 수행 과정에서 델타포스 요원들을 실은 헬기 8대중 2대가 모래 폭풍과 기기 고장 등으로 고장이 나고 수송기 1대와 수송기가 모래폭풍에 휩싸여 충돌하는 바람에 승무원 8명이 사망하자 결국 작전을 중단했다.

이 작전 이후 미군은 특수부대원들의 장거리 침투와 수직이착륙 비행이 가능한 기종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이에 따라 벨과 보잉 두 회사가 합작해 만든 시제기가 1989년 첫 비행에 성공했지만, 당시 조지 부시 행정부는 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개발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이듬해 9월 의회가 V-22 개발예산을 승인한 덕택에 개발이 다시 이뤄지기 시작했으며 2007년 실전 배치됐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모두 360대를 보유할 이 기종은 첫 비행으로부터 17년이나 지나 양산을 하는 바람에 로터 블레이드(날개) 등의 기술적 문제와 체공 시간이 길어 적에게 쉽게 목표가 되는 등 안전상 등 많은 문제를 가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운용 능력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4.5t 무게의 자재를 매달고 수송하는 경우 항속거리가 목표의 55%에 불과한 데다 무장한 고기동성 다목적 차량 수송도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현재 MV22 오스프리 24대를 오키나와(沖繩) 후텐마(普天間) 미군 기지에배치 중이다. 또 미 공군의 CV22 오스프리 10대를 2021년까지 도쿄 인근 요코다(橫田) 기지 등 일본 본토에도 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며, 일본 육상 자위대도 오스프리 17대를 2018년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한국군도 해병대의 상륙작전 시 오스프리에 자주 탑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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