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혁신…'쌀로 밥 짓는 시대' 끝낼까

韓 R&D, 논문쓰는 실력은 최고…기술이전료는 OECD 바닥권

[자료제공=:관계부처합동(2014), 제5차 기술이전사업화촉진계획안]

[자료제공=:관계부처합동(2014), 제5차 기술이전사업화촉진계획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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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정부가 연구개발(R&D) 혁신에 나선 배경에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있다. 우리나라 정부 R&D 투자는 세계 톱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기술적 성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바닥권을 맴돌고 있다.

2013년 R&D 우리나라 R&D 투자규모는 542억 달러로 세계 6위이다. GDP대비 비중은 4.1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상근 연구원은 32만명으로 6위를 점하고 있다. 정부 R&D투자는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약 8.7% 증가했다. 끊임없이 쏟아부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정도이다. 이 같은 엄청난 투자에도 실제 성과는 미흡하다는 것이 과학계의 분석이다. 세계 최대 R&D 투자규모를 보이고 있는데 기술사업화는 OECD 바닥권에서 헤매고 있다.

2014년 제5차 기술이전사업화촉진계획안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기술 이전율은 27.1%, 미국은 33.9%에 이르렀다. 기술이전율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문제는 계약 건당 기술료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계약 건당 기술료로 우리나라의 경우 2만9900달러에 머물렀다. 반면 미국은 32만7000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질보다는 양에 치중하고 있는 우리나라 R&D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계약 건당 기술료는 이처럼 아주 낮은데 우리나라가 잘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과학논문색인(SCI)이다. 2013년 SCI 논문은 전년과 비교해 8.8% 상승했다. 이를 통해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 R&D는 기술사업화에는 아주 약하고 논문 비중은 매우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SCI 논문 건수를 평가에 적용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도전적 혁신 R&D보다는 보신주의적 논문 쓰기에만 매몰돼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이런 현상을 두고 "쌀로 밥 짓는 R&D"라고 지적했다. 쌀로 밥을 짓는 것은 당연한 기술이고 우리나라 R&D는 실패에 대한 낙인이 강하기 때문에 대부분 안정적이고 실패하지 않는 연구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R&D에는 혁신적, 도전적 역량이 상당히 부족하다"며 "기술이전료가 미국과 비교해 떨어지는 것은 이 같은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R&D는 실패하지 않는 연구에 집중돼 있다"며 "산업계가 요구하는 이른바 대박기술은 뒤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전략본부를 만들고 산하에 과학기술정책원을 구성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을 두고 비판적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의 박사는 "지금 중요한 것은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것보다는 정부출연연구소를 가능별, 분야별로 나눠 다양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마치 씨줄과 낱줄 처럼 묵이면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는 3~5년 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뭉쳤다고 다음 프로젝트를 위해 해체하고 다시 모이는 유연한 조직"이라며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우리나라에서 프로젝트매니저(PM)중심으로 연구소를 전략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과학기술전략본부 설치는 관련 법령 개정과 함께 정부조직개편도 논의해야 한다. 각 부처별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합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에 확정하기 까지 진통에 예상되는 부분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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