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10명 중 7명 "대학 구조조정, 학문생태계 붕괴"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영향으로 최근 대학가에서 진행되는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 교수 10명 중 7명 이상이 학문 생태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수신문은 16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창립 23주년 기념 설문조사 '지금, 대학교수로 살아간다는 것'의 결과를 발표했다.전국 4년제 대학 전임교수 78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설문조사에서 75.8%가 대학 구조조정이 계속될 경우 학문 후속 세대가 단절돼 학문 생태계 붕괴될 것이라 우려했다. 특히 인문학 교수(83.0%)와 예체능계열 교수(81.5%)들은 평균에 비해 높은 비율로 답해 위기감을 드러냈다.

설문조사에는 교수들의 고용 안정성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교수 두 명 중 한 명 꼴인 45.5%는 최근 2년 동안 교수 신분에 불안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남교수(43.9%)에 비해 여교수(53.5%)가 신분 불안을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분 불안을 느낀 40대 교수가 2013년 54.7%에서 68.4%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비수도권(45.5%)과 수도권(45.4%) 교수의 불안감은 큰 차이가 없었다.신분 불안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로 교수들은 '학생수 감소(42.0%)'를 꼽았다. 2013년 조사에 비해 1.9% 증가한 수치다. 학생 수 감소를 예측한 대학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교수 신분도 이에 영향을 받을 거라는 불안감에서다.

대학교수들은 설문조사에서 80.2%가 자신의 위상이 낮아지고 있다고 답했다. 2013년 조사에 비해 11.8%포인트 늘었고, 특히 '매우 낮아지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8.0%에서 15.2%로 크게 증가했다.

이를 반영한 듯 교수들은 '지식인의 죽음', '대학은 죽었다'는 비판에 10명 중 7명이 동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3년 조사에 비해 12.4%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들은 교수사회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문제로는 '무분별한 정치참여(24.6%)', '논문표절 등 연구윤리(18.5%)', '성추행사건(17.3%)' 순으로 꼽았다. 특히 2013년 조사에 비해 성추행 사건에 대한 비율이 8%포인트 이상 증가해 지난 2년간 교수의 성추행 문제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있었음을 보였다.

교수들은 지식인으로서 수행해야할 바람직한 역할로 '전문적 기능의 수행(48.4%)'나 '공동체에 대한 책임 확대(35.3%)'이라고 답했다.

문성훈 서울여대 철학과 교수는 "대학구조조정과 산업수요 학제 개편에 국가차원에 대응은 없고 교육부는 구조조정의 칼자루만 쥐겠다고 한다"며 설문 조사 결과에 드러난 교수들의 불안감과 대학 위상에 대한 인식을 지적했다. 이어 문 교수는 "대학 교수들이 잉여인간이 된다면 진리도, 사회의, 사회의 이상도, 삶의 가치도 사라진다"며 "어떤 압력이나 권위로부터 독립해 자유로운 정신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문조사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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