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핀테크'를 향한 벤처인의 일침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사실 핀테크는 우리나라가 20년 전에 도입했는데 주도권을 뺏긴 형국이 됐다."(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장)

"이익집단 보호 때문에 (핀테크 도입이)늦어지면 전체 산업 위기가 올 수 밖에 없다."(김우섭 엘스트로 대표)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창조경제확산위원회는 국내 핀테크 산업 활성화 방향과 속도에 대한 벤처업계의 날선 비판이 이어지며 후끈 달아올랐다. 미국, 중국 등 세계 주요국가들이 IT가 접목된 신개념 금융결제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는 급박한 상황임에도 규제 완화를 둘러싼 소모성 줄다리기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영 협회장은 "동남은행이 1995년 IC카드에 일정금액을 충전해쓰는 전자화폐 상용화를 시도한 것이 핀테크의 원조격"이라며 "관련 인프라 구축 미비 등으로 해당 사업이 사장된 바 있는 데 돌이켜보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패러다임 변화를 받아들이는데 있어 작은 것에 집착하면 변화 자체를 도모할 수 없다"며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자율성이 무한대로 인정되는 과감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핀테크란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모바일을 통한 결제, 송금, 대출, 자산관리, 크라우드펀딩 등 각종 금융서비스와 관련된 기술이다. 올해 정부가 24개 핵심 개혁과제 중 하나로 꼽고 성과 도출을 위해 매진하고 있지만, 보안성 문제 논란 등으로 제도적인 정비작업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우섭 대표는 "미국 출장 때 우버택시의 결제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핀테크 도입 논란은 흡사 1890년대 조선 말기 위정자들이 쇄국이냐 개혁이냐를 놓고 갈등을 벌이던 형국을 연상시킨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금융권의 보수적인 스탠스도 도마위에 올랐다. 익명을 전제로 한 참석자는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산학 브레인 스토밍이라 할 수 있는 핀테크포럼에 은행, 카드회사 등 금융업계의 참여가 전혀 없다"며 "시대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혁신 의지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