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 부는 부동산 투자 바람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최근 부동산 투자에 혈안이 돼 있다. 공간이 마음에 든다 싶으면 웃돈까지 얹어주면서까지 사들이는 분위기다.

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州) 멘로 파크에 본사를 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페이스북은 지난달 본사 인근에 위치한 '멘로 사이언스&테크놀로지 파크' 부동산을 매입하는데 3억9500만달러(약 4300억원)를 투자했다. 페이스북은 계속 성장하고 있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 지금의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수퍼마켓 유통센터, 사무용 가구 전문업체 등이 사용하고 있는 이 건물은 21개 저층 창고와 사무실로 구성돼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IT 기업 구글은 지난해 실리콘밸리 일대 19개 부동산을 매입하는데 10억달러 이상을 썼다.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본사를 두고 있는 구글은 본사 인근 창고에서 부터 레드우드 시티 주변 사무용 빌딩 부지까지 적당하다 싶은 부동산은 모조리 사들였다. 2005년 이후 현재까지 구글이 부동산 투자에 할애한 돈은 25억달러가 넘는다.

SNS 기업 링크드인은 지난해 12월 7900만달러를 마운틴뷰 내 작은 산업용 단지를 매입하는데 썼다. 소프트웨어 업체 세일즈포스닷컴도 지난해 11월 6억4000만달러를 투자해 41층짜리 빌딩을 매입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실리콘밸리에 부는 부동산 투자 바람은 기업 인수·합병(M&A) 등으로 무섭게 사세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IT 기업들의 업무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맞물린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직원 수가 46% 증가해 9199명으로 늘었고 앞으로도 빠른 증가세가 예상되고 있는데 기존 사무 공간은 이미 포화상태다. 구글도 지난해 5800명을 추가 고용해 총 직원 수가 5만3600명에 이른다.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구글은 결국 지난주 신사옥 단장 계획을 발표했다. 마운틴뷰에 위치한 기존 사옥에 공간을 추가해 특징 없는 사무실 건물들이 뒤죽박죽 모여 있는 캠퍼스를 유리와 금속으로 만든 독특한 천막 형태의 구조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신사옥은 약 23만㎡ 규모다.

신생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밸리에 진입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업계간 공간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기업들의 부동산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실리콘밸리 내 부동산 가격이 더 비싸지기 전에 괜찮은 부지와 건물을 선점해 투자 수익까지 노리겠다는 계산이다. 2014년 실리콘밸리 내 사무실 평균 매매 가격은 제곱피트(0.092㎡)당 329달러로 역대 최고다. 2009년에는 190달러, 2013년에는 299달러였다.

부동산 시장 분석업체인 그린 스트리트 어드바이저의 제드 레간 애널리스트는 "실리콘밸리는 공간 싸움이 돼 버렸다"면서 "IT 기업들의 사세 확장 속도가 매우 빠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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