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집행위 에너지 동맹안 승인…러시아 의존 줄인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5일(현지시간) 유럽 단일 에너지 시장 설립을 목표로 한 에너지 동맹안을 승인했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에너지 동맹은 다분히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다. EU는 역내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53%를 외부 수입 물량으로 충당한다. 러시아는 EU 최대 천연가스 공급 국가로 전체 소비량의 23%를 공급한다. 러시아는 때로는 막강한 공급력을 이용해 에너지 자원을 무기화해 유럽에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영토 분쟁이 터졌을 때 EU가 러시아에 단결된 대응을 보여주지 못한 이유도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은 때문이었다. 에너지 동맹을 완성하면 에너지 수입 협상에서 교섭력을 높일 수 있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해 4월 폴란드 총리 재임 당시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로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 공급이 차질을 빚자 유럽의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EU 에너지동맹 창설을 제의했다.

동맹안은 가스 협상에서 EU 집행위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집행위는 에너지 동맹안을 통해 EU 각국의 선택권을 늘리고 가스 가격을 낮추고 화석연료 사용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EU 회원국들은 에너지 동맹을 에너지 주권을 집행위에 넘기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향후 동맹안이 최종 타결되기까지는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동맹안은 향후 EU 회원국 정부의 비준과 유럽의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집행위 부위원장 겸 에너지동맹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오늘 우리는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 이후 가장 야심찬 에너지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이 계획은 EU 에너지 시장을 통합하고 에너지 독립을 촉진하며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EU 국가간 가스 및 전력 공급망을 연결하면 가계와 기업이 연간 에너지 비용 400억유로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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