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차별화·보안'…인터넷전문은행 3대 성공요건

"설립후 적자상태 탈출 4~5년 소요될 것"…인프라구축에 600억원 추산
저금리·금융감독 강화에 '서비스 차별화' 필수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핀테크(Fintech)가 전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는 금융권은 물론 비금융권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비용절감과 서비스 접근성에 강점을 가진 인터넷전문은행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한 해외 업체의 경우 충분한 자금이나 서비스의 차별화 없이는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5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보고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조건'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후 적자상태를 벗어다는 데 최소 4~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이 뒷받침 돼야 한다.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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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연구위원은 "설립 초기 인터넷전문은행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로 예금을 단기간에 유치할 수 있지만 대출은 그만큼 늘리기가 쉽지 않다"며 "대출은 고객 신용도를 평가해 대출을 실행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비대면 풀뱅킹시스템과 자동화기기(ATM), 콜센터, 금융공동망 등 설립 초반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최소 6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와 함께 기존 은행에 비해 낮은 인지도와 영업력을 만회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에서 고객 1명을 유치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225달러로 예상됐다. 김 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초기 투자비용이 크다 순이익을 실현하기 까지 장기간이 소요된다"며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했지만 유동성 위기에 빠져 2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도산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국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차별화'도 필수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업 전반을 대체하고 있는 일부 금융낙후 국가와는 달리 국내 금융시장은 오버뱅킹 논란이 잇을 정도록 금융 접근성이 충분히 제공되고 있다.

또 저금리와 금융감독 강화 등 특수한 국내 금융시장 환경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 연구위원은 "중국의 IT기업들이 고금리로 단기간 금융업 진출에 성공했던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금리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지난해 초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사고 후 감독당국이 금융회사의 마케팅 전화와 문제를 거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비대면 채널을 이용한 마케팅 활동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 인터넷전문은행이 태생적으로 보안사고에 노출될 위험성이 큰 만큼 고도의 보안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해외에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보안강화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 글로벌 핀테크 기업인 페이팔은 사기거래탐지시스템(FDS) 전문 보안회사를 1억6700만 달러에 인수했고, 유럽과 미국의 인터넷전문은행들은 3중 데이터백업센터와 외부침임차단시스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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