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해외 주재원 수 줄인다…현지 채용으로 대체

6개월 파견, '현장 전문가' 제도 적극 활용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조강욱 기자] 삼성그룹이 해외 주재원 수를 줄이고 있다. 전사적인 비용 절감 노력과 함께 현지 법인 근무자는 현지 채용 인력으로 운영한다는 기본적인 방침을 정한 뒤 상당수 주재원들을 철수시키고 있다. 임직원들 사이에선 향후 주재원 제도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9일 삼성그룹내 전자계열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 근무하는 주재원 수를 꾸준히 줄이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70여개국에 500여개 거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0년 이후 지법인 통합작업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단계에서는 주재원수가 급증했지만 지법인 구축이 마무리단계에 돌입한 이후에는 현지 인력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 올해부터는 전체 주재원 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주재원 수 감소비율이 올해의 경우 한자리 수에 그치지만 향후 5년 내 두자리수를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삼성 전자계열사 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 법인의 주재원 수가 해마다 크게 줄어들고 있다"면서 "올해의 경우 이미 가기로 예정돼 있던 주재원 자리가 사라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지 채용 인력이 늘어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주재원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그룹이 주재원 수를 줄이는 까닭은 현지 채용 인력으로 주재원을 대신할 수 있게 된 영향이 크다.

법인 설립 초기와 달리 규모가 커지면서 간부급 사원들이 현지 채용을 통해 입사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주재원보다는 현지 네트워크 활용이나 마케팅 활동 등에 더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주재원의 경우 3~5년 이상을 해외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현지 생활이 가능하도록 별도의 수당을 주고 있다. 때문에 주재원 1인당 드는 비용은 국내 근무 임직원의 2~3배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주재원들이 빠져 나온 자리는 삼성그룹 특유의 파견 제도인 현장전문가들이 대신하고 있다. 6개월 파견 근무를 하는 현장전문가는 기간이 짧고 1인 파견이 기본이다. 홀로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비용도 크게 줄어든다.

주재원들의 규모는 줄이고 있지만 연 350여명 규모로 해외 각 지역에 연수를 보내는 '지역전문가' 제도는 그대로 유지한다. 지역전문가는 주재원을 양성하기 보다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 국내 우수 인력을 재교육하는 삼성그룹의 독특한 인재 양성 제도다.

기업마다 조금씩 사정은 다르지만 주재원들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특히 미국, 유럽 등 국내 기업들이 어느 정도 자리잡은 선진 시장에서는 계속 감소 추세에 있고 이제 막 시장 개척에 나선 신흥시장서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수년간 해외공장을 늘리면서 주재원을 늘리고 있지만 주로 신규 법인이 위치한 곳에 집중돼 있다. 2월 현재 현대기아차는 연구소 및 해외사무소 47개에 주재원 600여명을 두고 있다. 기아차는 36개국에 300여명의 주재원이 근무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미 현지 시장에 자리잡은 해외 사업장의 경우 현지 직원들을 늘리며 주재원을 계속 줄여 현지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사업장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제 주재원수는 늘고 있다. 그는 "전체 주재원 수는 최근 수년간 해외사업장이 급격히 늘며 늘어난 추세로 신규 법인에는 주재원들을 집중적으로 파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비용절감을 위해 현재 25개 법인과 21개 지사를 통폐합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해외 주재원을 대폭 줄이고 필요한 인원은 단기 파견을 통해 해결할 계획이다. 국내 지사 역시 그룹 지사망을 활용해 통합 운영할 계획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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