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허창언 부원장보 사직서 제출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금융감독원 허창언 보험담당 부원장보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15일 금감원에 따르면 허 부원장보는 이날 오후 진웅섭 금감원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 의사를 밝혔다.허 부원장보는 금감원이 진행중인 임원 인사와 관련해 최근 사임 권고를 받고, 퇴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부원장보는 사직서를 제출한 직후 회사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들에게 '금감원을 떠나며'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이 글을 통해 30년 가까운 직장 생활에 대한 회고와 함께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허 부원장보는 "1987년 한국은행을 시작으로 28년간 몸담았던 이 둥지를 떠난다"며 "새까맣고 빽빽하기만 하던 머릿결이 어느덧 반백으로 변해 버린 모습으로 숱한 선배님들이 떠나면서 남겼던 그 글을 마침내 제가 써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창밖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자니 그간에 겪었던 수많은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며 "마치 이 세상을 다 차지라도 한 듯 철없이 날뛰던 초년병 시절, 쓰나미처럼 몰아닥친 외환위기, 카드사태, 금융위기, 저축은행사태, 동양사태, 카드사 정보유출사태 등 수많은 위기상황을 맞아 밤을 잊고 주말과 휴일, 심지어 추석, 설 연휴까지 반납해 가면서 정신없이 일했던 기억 등 참으로 젊음을 아낌없이 쏟아 부을 만큼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고 회고했다.

허 부원장보는 "한편으로 16년째 한 해도 편히 넘긴 적이 없었던 이 직장을, 역할을 못하고 죄인으로 떠나는 것만 같아 마음이 편치는 않다"며 아쉬움도 남겼다.

아울러 "짧은 시간 함께 일했지만 더 없이 정겹게 대해 주신 원장님, 수석부원장님, 그리고 오랫동안 동고동락했던 여타 임직원님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을 전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몸은 떠나지만 마음은 항상 여러분 곁에 두고 가겠다"며 "이 조직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언제든지 마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며 글을 맺었다.

허 부원장보를 시작으로 금감원내 부원장보급 임원들의 사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감원은 부원장보 4~5명에게 사직 권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르면 이번주 안에 부원장보 인사폭과 대상자를 확정해 청와대에 보고할 예정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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