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단통법 100일 문닫는 매장 속출…"온·오프 매장 차별화돼야"

텅 빈 휴대폰 매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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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100일…휴대폰 유통점 주인 수시로 바뀌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매장 선호…"오프라인 매장에 프리미엄 줘야"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단통법) 100일 만에 이 지역 매장 주인 3분의 1이 바뀌었습니다. 날씨가 추운 탓인지 오프라인 매장에까지 와서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도 드물어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나면서 휴대폰 유통점을 운영하다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가격에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게 되자 소비자들이 주로 인터넷으로 휴대폰을 구입, 유통점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종사자들은 쌀쌀한 날씨와 더불어 냉랭해진 이통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유통점 만의 '프리미엄'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용산, 신도림, 강남 등 휴대폰 밀집지역을 둘러본 결과 단통법 도입 초기보다는 다소 늘었지만 주말인 점을 감안했을 때 여전히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했다. 지난 연말 이통3사가 베가아이언2, G3, 갤럭시노트3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출고가를 파격적으로 낮춰 일정 수요가 생겼지만 연말 시즌이 지나자 다시 가라앉은 분위기다.이날 신도림 테크노마트 인근 휴대폰 밀집지역의 A매장 주인은 "요즘 하루가 무섭게 휴대폰 판매점이 문을 닫고 있다"면서 "연말에 잠깐 매출이 회복되기도 했지만 연초가 되면서 판매량이 평소의 절반으로 줄었다"고 토로했다. 강남역 지하상가의 B매장 주인은 "요즘 갤럭시노트3를 찾는 고객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물량이 없어 제대로 팔아보지도 못했다"고 푸념했다.

이통 3사는 지난해 12월 '연말 특수'를 잡기 위해 갤럭시노트3, G3비트, 갤럭시S4 LTE-A 등 주요 스마트폰의 단말 지원금을 대폭 올렸다. 이와 더불어 15개월 이상 지난 단말기에는 할부 원금이 '0원'이 될 정도로 출고가를 대폭 낮췄다. 그러나 일선 유통점에서는 "갤럭시노트3 등 인기 스마트폰의 물량이 적어 매출을 크게 올리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10일 용산구 아이파크몰 8층에 위치한 휴대폰 매장을 방문한 외국인들.

10일 용산구 아이파크몰 8층에 위치한 휴대폰 매장을 방문한 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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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아이파크몰 8층에 위치한 휴대폰 상가는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다소 고객이 많았다. 그러나 90% 이상이 외국인이었으며 주로 중고폰을 찾는 고객이었다. 매장 직원들은 매장 주변에 'GSM' 'Used Phone'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모객에 한창이었다. 이곳 한 매장 점원은 "주로 동남아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중고폰을 많이 찾는다"면서 "한국인은 거의 안 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여기는 중고폰 매장에만 사람이 많고 일반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은 고객이 아예 없다"면서 "중고폰 판매에만 전념해야 할 판"이라고 설명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 대리점별 15%까지의 추가지원금을 제외하고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가격에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판매점을 선호하는 현상이 생긴 것도 일선 유통점의 매출이 줄어든 주요 원인이다. 더불어 연일 계속되는 한파 탓에 평일과 주말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 종사자들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판매점이 동일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며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강남역 지하상가의 C매장 주인은 "임대료, 난방비, 직원월급 등 가게유지비는 많이 나오는데 손님은 없다"면서 "나도 가게 접고 온라인 매장을 차려야 하나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점원은 "오프라인 매장은 각종 비용이 더 드는데 온라인과 동일한 경쟁을 해야 되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며 "정부가 오프라인 매장만의 프리미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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