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 민간인 사찰 의혹 …'靑의 딴청'

"청와대 문건 기업인 불륜 정보는 대통령 친인척 친분 사칭자 내용"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신범수 기자] 박지만 EG 회장(57)에게 전달된 '청와대 문건'에 특정 기업인 사생활과 비리 의혹까지 담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보 출처와 작성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검찰에 따르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53)이 박관천 경정(49·전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박 회장에게 전달한 17건의 대통령기록물에는 기업인 관련 비리첩보와 사생활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 공소장에는 "I사의 O씨가 처 명의로 토지와 차명주식을 취득하는 등 탈세 의혹이 있으며 공사수수 대가로 개발회사 회장에게 수억원을 준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H사 P씨는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줘 약점을 확보한 후 청탁 불응시 녹음파일을 이용해 협박한다는 의혹이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박지만 EG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박지만 EG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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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문건에는 모 관광업체 대표가 4명의 여인과 사실혼 관계에 있으며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과 동거한다는 내용, 서울 모 호텔 회장이 여직원과 불륜관계에 있으며 문란한 성생활을 즐긴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인사들의 관리가 주된 업무라는 점에서 기업인 비리 동향이나 사생활 의혹 등은 본연의 역할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김종익 전 KB 한마음 대표를 사찰한 게 드러나면서 '민간인 사찰' 문제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 청와대 문건에 담긴 정보의 출처에 따라 다시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박 경정이 경찰에서 정보업무를 해왔기 때문에 '정보맨'들에게 들은 내용을 정리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 공식 문건에 민간인 동향 보고를 담았고 이를 일반인 신분인 대통령 친동생에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친인척 관리 차원에서 친인척과의 친분을 사칭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고, 대상자들에 대한 여론 동향을 수집 보고한 내용으로서 '민간인 사찰'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건에 담긴 민간인 관련 내용 전부가 친인척과의 친분을 사칭하는 이들에 대한 내용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문건 등장인물들이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 친인척 관련 내용을 수집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특정인이 바람을 피운다거나 하는 사생활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민간인 사찰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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