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보험금 지급거절에 은행들 뿔났다…수출中企만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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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 보증서 신뢰도 하락 우려
은행권 "무보 보증서·보험증권 어떻게 믿겠나"
무보 "중기대출 축소 우려는 사실과 달라"

[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가 6개 시중은행이 모뉴엘 사기대출 사건과 관련해 청구한 총 3억400만달러(약 3265억원)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서 수출 중소기업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무보 보증서·보험증권의 신뢰도가 추락한 것으로 판단, 중기 대출을 줄이고 조기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은 무보의 결정을 이구동성으로 비난했다. A은행 부행장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논리로 보험금을 못 주겠다는 것"이라며 "문제만 생기면 모든 책임을 금융권에 떠넘기는 보신주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무보는 은행들이 보험금을 받으려면 모뉴엘로부터 받은 수출 물품수령증 등 서류가 필요한데 이를 제출하지 못해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각 은행들은 무보와의 계약이 '선하증권(B/L) 데이트(date)' 형태로서 선적 시점부터 보증보험의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물품수령증'은 필요하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무보가 은행들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각 은행은 소송 제기는 물론 추가적인 손해배상까지 요구할 예정이다. B은행 부행장은 "법률자문을 구해보니 보험금 구상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보험금 지급은 물론 무보 임직원 일부가 모뉴엘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에 대해 직원 관리 소홀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은행이 승소한다면 무보는 소송금액의 20%에 해당하는 이자도 물어야한다.

특히 은행들은 무보가 물품수령증 없는 보증대출건에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감사원 지적사항이라는 주장도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감사원이 문제제기를 하면 감사원을 설득해야하는 게 아닌가"라며 "대승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비판했다.은행들은 무보 보증서를 더 이상 믿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벌써부터 무보 보증서 대출 취급을 줄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C은행 부행장은 "앞으로 어느 은행이 무보 보증서를 믿겠나"면서 "100% 신뢰하고 업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D은행 부행장은 "무보 보증서는 없는 셈 치고 리스크 관리를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지난해 모뉴엘 대출 사기 사건이 터진 후 이미 은행들은 기존 영업점 전결로 처리하던 무보 보증서 대출을 심사본부 승인까지 거치도록 해 대출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졌다.

중소기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무보 보증으로 자금을 융통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자금줄이 막힐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행이 중기 대출을 우선 축소하거나 조기상환을 요구하면 자금여력이 부족한 기업의 여신 부실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수출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 중기의 무보 보증서를 담보로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책임공방 가열로 은행권이 앞으로 무보 보증서를 대출 근거로 쓰지 않을 수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무보 관계자는 "모뉴엘이 대출 사기를 벌인 것은 단기수출보험으로 일반적인 중소기업이 받는 선적전/선적후 신용보증과 다르다"며 "중소기업이 우려하는 것과 내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편, 무보를 통한 중소기업 신용보증 규모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6조4934억원으로 지난 2012년 6조1276억원, 2013년 6조7252억원과 비슷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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