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는 기계가 아닙니다, BMW는 패션입니다

국내 수입차 부동의 1위 비결은 역발상
김효준 사장 "올 4만대 팔겠다"
경쟁사와의 물량경쟁은 의미없어
라이프스타일 바꿀 브랜드 내놔야


김효준 BMW그룹 코리아 사장

김효준 BMW그룹 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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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올해 BMW 4만대, 미니(MINI)와 모터라드를 포함하면 5만대 가까이 무난히 판매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두 자릿수 이상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전인미답(前人未踏). 국내 수입차 브랜드 1위 BMW를 이끌고 있는 김효준 BMW그룹 코리아 사장은 지금껏 아무도 개척하지 않은 길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단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3만대를 넘긴 이후 1년 만에 4만대를 넘길 태세다. 단일 브랜드 연간 판매량 4만대는 지난 1988년 국내 자동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방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달까지 등록된 BMW 차량은 3만137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늘어난 실적으로 새로 팔리는 수입차 5대 가운데 한대는 BMW인 것으로 집계됐다. 김 사장의 설명대로 그룹 내 다른 브랜드까지 아울러 연간 5만대 가까이 판매한다면 생산설비를 갖춘 국산차 못지않은 볼륨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김 사장은 업무 협의차 독일 본사에 출장을 떠나는 길에 기자에게 잠시 짬을 냈다. 그는 "BMW 브랜드로 봤을 때 한국이 전 세계에서 9번째로 판매량이 많고 특히 5시리즈나 7시리즈 같은 중대형차종의 경우 5위권이지만 앞으로 프리미엄급 시장에서는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인기가 많은 유럽 메이커, 특히 독일 브랜드를 중심으로 물량경쟁에 있지만 김 사장이 요즘 눈여겨보는 곳은 다른 데 있다. 그는 "자동차라는 제품은 외국산인지 국산인지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며 "각 차종별로 어떤 메이커가 우수한 차를 내놓느냐가 시장에서 성패를 가르는 요인으로 자리잡았다"고 했다.

지난 8월 문을 연 BMW드라이빙센터 내부 갤러리

지난 8월 문을 연 BMW드라이빙센터 내부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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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은 이어 "국내 상당수 고객이 그간 제한된 브랜드 안에서 선택을 강요받았다면 앞으로는 더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기계적 장치로서의 자동차가 아니라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 브랜드, 혹은 하나의 패션상품으로 범용화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 문을 연 BMW 드라이빙센터도 같은 맥락이다. BMW가 전 세계에서 3번째로 인천 영종도에 마련한 이 곳은 한달여 만에 1만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자동차 애호가는 물론 그간 BMW를 잘 몰랐던 고객이나 여성ㆍ아이 등 가족고객이 찾는 일도 제법 된다고 한다.

그간 국내에서 자동차를 오롯이 즐길 만한 공간이 전무했던 만큼 BMW를 구매목록에 올려놨는지 여부를 떠나 반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국내 최대 완성차업체 현대차그룹이 최근 서울 강남에 대규모 부지를 매입해 자동차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수입차업체가 선수를 친 데 대해서도 자동차업계에서는 뒷말이 많았다.

김 사장은 "최근 전 세계 소비 트렌드는 경험"이라며 "단순히 쇼룸 같은 공간에서 차를 보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직접 서킷에서 달려보는 등 몸소 체험하는 게 고객 입장에서는 해당 브랜드를 선택하는 데 최상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2015년 하반기에는 플래그십 세단 7시리즈 완전변경 모델을 국내에 출시하는 등 그간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대형차급에서도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수입차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AS를 강화하는 일도 고심하고 있다. 김 사장은 "내년에 워크베이(차량을 고정시켜 작업하는 공간) 100개 이상을 갖춘 2곳을 포함해 서비스센터 16곳을 추가로 연다"며 "부품값을 내리는 한편 전문성을 갖춘 AS인력까지 확충하는 등 꾸준히 AS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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