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따듯한 법치와 한국의 ‘법치 현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법은 정말로 냉정하고 엄격한 존재일까. '법의 지배'는 자유에 대한 압박과 통제의 의미일까. '세계헌법재판회의 제3차 총회'는 이 같은 선입견에 대한 되물음을 안겨줬다.

세계 100개국의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 등이 지난 28일부터 서울에 모여 행사를 열고 있다. 헌법 관련 행사로는 한국 헌정사 최대 규모라고 한다. 참석자들은 법치의 현재적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외국의 헌법기관 수장들은 헌법기관은 정치권력의 이해요구에 종속될 게 아니라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계 헌법 수장들의 강조점은 '따뜻한 법치'로 집약된다.

외국의 헌법기관 대표들만 이런 얘기를 한 게 아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이 소외되지 않고 동등한 인간으로서 소중하게 대우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책임 있는 인사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수사(修辭)'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실천이다. 국내 상황은 사회통합과 역행하는 길을 걷고 있다. 법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수단이 되고 있기는커녕 억압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인터넷 게시판을 실시간 모니터링 하겠다는 검찰의 발상은 법치가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검찰에 부여된 법의 권한은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기보다는 권력의 의중을 살피는 데 활용하고 있다.

균형을 잡아줘야 할 법원은 또 어떤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대해 정치 관여는 인정되지만 대선개입은 무죄라는 판결은 '궤변'이라는 비판을 받는 등 법률 적용의 잣대가 매우 이중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계 헌법 수장들이 강조한 '따뜻한 법치'를 한국에서 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법을 집행하는 이들이 권력의 의중이 아닌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기울일 때 가능할 것이다. 그래야 사회통합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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