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 "세월호 아픔 이용해서는 안돼"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 "누가 아픔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발언했다.

염 추기경은 26일 서울 명동성당 주교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해결할 때 누가 그 아픔을 이용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염 추기경은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바치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하며, "당시 예수는 정치적인 얘기는 하지 않았다"며 "정의는 결국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이어 "내가 누군가의 정의를 이루기 위해 한다고 생각할 때 흔히 빠지기 쉬운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라며 "고통 받는 사람을 대신한다면서 실상은 자기가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부연했다.

평소 사회갈등과 관련한 현안에 대해 발언한 적이 거의 없는 그였지만, 이번 간담회 자리에서 염 추기경은 '사회 구성원 간 신뢰회복'을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염 추기경은 "(세월호) 가족들의 생각대로 다 이뤄지면 좋을 수 있겠지만 어느 선에서는 가족들도 양보를 해야 서로 뜻이 합해지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꺼냈다.

그는 또 "(세월호 참사는)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고, 돈만 쫓고, 나만 잘살려고 했던 우리의 이야기다"라며 "누구 잘못을 따질 것이 아니라 지금은 고통 받는 분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이 사고를 계기로 우리가 총체적으로 새로워져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8일 한국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전세기 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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