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에셋매니지먼트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사진)이 삼성전자를 방문했다. 삼성전자 이외의 다른 한국 기업들도 탐방할 계획이다. 이머징마켓,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비우스 회장이 직접 방문한 만큼 운용자산 중 한국기업 비중을 늘릴 지 주목된다. 모비우스 회장이 맡고 있는 이머징마켓그룹을 비롯, 템플턴투신운용과 템플턴글로벌 등 여러 계열사에서 운용하는 전체 자산 중 삼성에 투자하는 비중은 약 2%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례적인 투자자 미팅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모비우스 회장은 삼성전자를 들른 뒤 한국의 주요 기업들을 탐방할 계획이다. 모비우스 회장은 1936년에 태어난 독일계 미국인으로, 세계 최고 신흥시장 투자자로 꼽힌다. 1987년 이 회사 사장으로 선임된 후 20년간 펀드 규모를 1억달러에서 360억달러로 키운 신흥시장 전문 펀드매니저다. 모비우스 회장이 직접 운용하는 '템플턴 신흥시장 펀드'는 434억달러 규모에 이른다.
그는 직접 펀드를 운용하며 신흥시장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에도 1~2년에 한 번 정도 불쑥 방문해 기업을 탐방하곤 한다. 모비우스 회장은 2012년에 한국을 방문, 현대산업개발 지분과 경영권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모비우스 회장의 이번 방문은 단순한 탐방으로 볼 수도 있지만, 시기적으로 봤을 때 의미 있는 행보다. 외국인·연기금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정부의 기업 배당·투자 확대 정책과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전망이 증시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비우스 회장은 최근 한국 정부의 배당 확대정책 발표 이후 "매우 좋은 뉴스"라며 환영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배당 확대 의사를 갖고 있다는 것 자체로 좋은 소식이고, 이제는 어떻게 시행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모비우스 회장은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시장에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비우스 회장 외의 해외 전문가들도 한국 정부의 기업소득환류세제(일명 사내유보금 과세) 정책이 기업의 배당·투자·임금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은 지난달에만 한국 증시에서 40억달러(약 4조108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 6월의 4배에 달하는 규모를 사들였다.
한편 이날 모비우스 회장이 방문한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배당 확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주지 않은 상태다.
이명진 삼성전자 IR팀장(전무)은 지난달 31일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이익의 주주 환원에 대한 회사의 정책적 의지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보기술(IT) 산업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앞으로 5~10년 후 중장기 투자계획과 성장에 대한 필요한 자금 수요 등 전반적 현금 운용 전략을 검토하고 있어 (주주환원에 대한) 의사 결정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