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수도권 빅3 경선 뒤 "박심만 너무 믿었다"

[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김인원 기자] 6ㆍ4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선출을 마무리 지은 새누리당이 본선을 앞두고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승패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이른바 수도권 빅3(서울ㆍ경기ㆍ인천) 후보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았다는 내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빅3 경선에 많은 공을 들였다. 서울시장은 '정몽준-김황식' 빅매치 성사에 올인했고, 경기지사는 원내대표를 준비하며 출마를 고사하던 남경필 의원 출마 설득에 집중했다. 인천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현직 장관이던 유정복 의원 차출을 위해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던 친박(친박근혜)계 이학재 의원을 주저앉혔다.이 같은 계획이 성사되자 당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쓸 수 있는 전략은 이미 다 썼고 성공했다"고 평가했었다. 경선 마무리 뒤 이런 자평은 사라지고 '전략 오류'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빅매치'를 통한 컨벤션 효과(정치이벤트 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했던 12일 서울시장 경선은 후보간 네거티브만 부각되면서 후보 경쟁력만 하락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13일 "경선 내용이 문제였다. 결국 남는 건 '박심(朴心ㆍ박근혜 대통령 의중)' 논란과 네거티브 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현장에서 만난 당 관계자는 "기대했던 빅매치가 아닌 정몽준 의원의 일방적 독주로 진행됐다"며 "괜한 박심 논란만 키웠고 차기 대선주자감이던 후보들은 상처만 입었다"고 했다.

경기지사 선거는 남 의원의 개인기에만 의존하고 있다. 남 의원이 일찌감치 독보적인 주자로 부상하면서 경선에 대한 관심은 저조했다. 당 안팎에선 세월호 참사 여파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만큼 경선 실시 자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당 관계자는 "경기 경선이야 말로 불필요했다. '양보'를 끌어낸 뒤 후보가 세월호 참사 현장에 집중하도록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줄곧 여유있게 앞서던 남 의원은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로 추격당한 상황이다. 당 인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지역 한 의원은 "0.8%포인트 밖에 차이가 안나던데… 세월호 참사 여파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인천시장 선거도 비상이다. 현직 장관이던 유 의원을 차출하면서 '힘 있는 시장'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지만 세월호 참사 여파로 힘을 못쓰고 있다. 12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유 의원은 지지율이 크게 빠지며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송영길 현 시장에게 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내에선 "박심만 너무 믿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유 의원이 경선과정에서 대표공약조차 내놓지 않으면서 "박심만 팔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당 관계자는 "인천시장 선거 결과는 그 책임론이 청와대로 향할 개연성이 커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김인원 기자 holeino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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