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신공룡 KT, 인력감축 넘어선 혁신을

KT가 4년여 만에 또다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2003년 5500여명, 2009년 6000여명이 명예퇴직한 이후 세 번째 인력감축이다. 지난해 4분기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따른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KT의 경영 악화는 예견된 일이었다. 유선전화 부문 등 사업이 부진한데 인력은 과잉이다. 민영화한 지 12년인데 조직문화는 여전히 경쟁보다 현실에 안주하는 분위기다.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경영진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고, 결과는 주력사업을 벗어난 몸집 불리기와 방만경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KT 본사 인력만 3만2451명으로 경쟁사인 SK텔레콤(4192명)과 SK브로드밴드(1578명)를 합친 것의 6배다. 유ㆍ무선 통신을 아우르는 사업 특성을 고려해도 과도하다. 연간 인건비는 2조5500억원으로 전체 영업비용의 15%를 차지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인건비 비중(4~5%)보다 3배 이상 높다. 임직원의 70%가 근속 15년 이상이고, 평균 근속연수도 19.9년으로 상장기업 중 가장 길다. 민영화 이후에도 '신의 직장' 꼬리가 계속 붙어다닌 이유다.

통신서비스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로 경쟁이 과열돼 있다. 통신시장의 미래 먹거리 사업모델은 빠르게 융ㆍ복합으로 향하고 있다. 유선전화 사업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도 대비가 부족했다. KT 홈페이지 해킹과 자회사 KT ENS의 대출사기 사건에서 보듯 조직의 건강성까지 와해된 상태다.

경영실적이 악화된 뒤 인력을 감축하는 것은 하책이다.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상책을 썼어야 했다. 하지만 KT의 현실은 낙하산 수장이 내려와 주력인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외 엉뚱한 데로 사업을 확장하고 조직을 부풀렸다. 인사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비슷한 처지의 포스코에서도 보듯 낙하산 수장이 경영을 망치면 후임자가 뒤처리와 구조조정을 하는 식의 악순환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취임 후 첫 카드로 구조조정의 칼을 든 황창규 회장, 인력을 넘어서 사업 및 조직에 대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꾀해야 한다. 본사 외 계열사도 대수술해야 한다. 그의 행보에 KT는 물론 한국 ICT 산업의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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