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면 반값…늘어나는 해외 직구族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전업주부 김정미(가명ㆍ52)씨는 얼마 전 친구들과 한 해외 직접구매(직구) 관련업체에서 진행하는 '해외직구 가이드' 교육에 참가했다.

김 씨가 교육장을 찾은 것은 해외직구를 통하면 국내 매장에서 고가로 판매하는 제품을 반값 이하 수준으로 살 수 있다는 주변의 얘기를 듣고서다. 이 배송대행 업체는 회원가입을 유도하자는 차원에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해외직구의 인기가 워낙 높다보니 2년 동안 매주 진행하는 강의는 여전히 신청자가 줄을 잇는다.

김 씨는 "영어를 잘하지 못해 망설였지만 2시간 정도 교육을 받고 나니 짧은 영어실력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광호(42)씨는 덴마크 브랜드인 A사 골프화를 사기 위해 오픈마켓을 뒤졌다. 박 씨가 마음에 들어하는 골프화는 비교적 물건 값이 싸다는 오픈마켓에서도 가격이 20만원에 육박했다. 동료의 권유로 아마존닷컴을 뒤지던 박 씨는 검색결과에 깜짝 놀랐다. 똑같은 골프화를 아마존닷컴에서는 96달러에 판매하고 있었다.

#미국의 유명 패션브랜드 랄프로렌의 아동복 브랜드 '랄프로렌 칠드런'이 올 들어 일부 백화점에서 철수했다. 랄프로렌 칠드런은 지난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건대점에서 매장에 철수한 데 이어 조만간 신세계 본점 등의 매장도 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랄프로렌코리아에서는 MD 개편 등을 철수 이유로 들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병행수입, 해외 직구 등의 영향에 따른 매출 감소가 매장 철수의 주된 이유로 보고 있다. 랄프로렌은 해외 직구족에게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다.

해외직구족(族)이 늘면서 관련 시장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해외직구는 소비자가 해외 쇼핑몰에 접속해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것인데 해당 사이트의 할인행사나 할인쿠폰 등을 잘 활용하면 국내에서 판매하는 수입 정품의 절반 수준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몇년 새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해외 직구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들은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데 일부 커뮤니티는 회원수가 수십 만명에 달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직구는 2010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해마다 두배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시장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LG경제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배송대행 업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2009년을 기점으로 전자상거래를 통한 해외 특송화물 유입이 매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배송대행 업체 몰테일에 의뢰된 개인특송화물은 2010년 7만6000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1년 57만건, 2012년 84만건, 지난해 100만건 등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0년 20억원에 불과하던 이 회사 매출액(배송료 매출)은 지난해 260억원으로 3년 새 13배 늘었다. 이 회사는 올해 4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대하고 있다.

해외직구는 주로 개인이 통관과 배송 등을 직접 챙기는 직접구매와 배송대행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직접구매는 절차가 복잡해 이용자가 많지 않다. 일정 수수료를 주고 구매대행 업체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해외 직구로 분류하긴 어렵다.

직구족들은 배송대행 업체를 주로 이용한다. 대부분이 국내에서 잘 알려진 수입 브랜드를 구매하지만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늘면서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은 제품을 주문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직구족이 주로 선호하는 제품은 의류, 신발, 유아용품, 식품(건강식품), 소형가전 등이다. 하지만 최근 그 품목은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환불이나 교환, A/S 등 아직까지 부작용이 많지만 잘만 찾아 사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는 점에서 인기는 더 높아지고 있다.

직구족들은 해외에서 물품을 구입할 때 현지 제품 가격에 추가로 국제 운송료와 국내 택배료 정도를 부담한다. 국내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가격이 싼 것은 직구족들의 주 무대인 미국 등의 현지 가격이 저렴해서기도 하지만 각종 세금과 마진, 수수료 등이 없거나 적기 때문이다.

국내에 정식 수입되는 제품은 제품 가격에 수입업체 마진과 관부가세, 판매 수수료, 백화점 수수료, 유통비용 등이 붙는다.

직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또 있다. 관세청은 자가 사용을 목적으로 구입하는 소액 물품의 개인 통관 중 일정 금액이하는 면세혜택을 주고 있다. 관세법에서는 과세가격 15만원 이하는 관부가세를 면제해 준다.

미국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구매한다면 총구매금액(상품금액과 미국내 세금, 미국내 운송비)에 관세청이 매주 고시하는 고시환율을 곱하고, 여기에 과세운임을 더한 금액이 15만원을 넘지 않으면 세금이 붙지 않는다. 대게 한번에 구매하는 총액이 100달러를 넘지 않으면 세금없이 배송료만 부담하고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다.

직구족들은 주로 미국 쇼핑몰을 많이 이용하지만 최근엔 일본, 중국, 프랑스, 독일 등의 사이트도 많이 찾는다. 아마존닷컴을 많이 찾고 랄프로렌이나 갭, 뉴발란스, GNC 등의 쇼핑몰도 인가도 높다. 노드스톰 등 백화점이나 6PM, 드러그스토어, 비타트라, 루엘라라 같은 쇼핑몰을 이용하기도 한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일부 해외 브랜드들이 위기감을 느껴 한국 IP(인터넷 프로토콜) 접속 등을 차단하지만 별 효과가 없다"며 "해마다 개인 소비자의 해외 직구, 대형마트의 병행수입 등이 늘고 있어 국내 소비시장에도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