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3천억 대출사기 연루 기업 임원 "업체들 '패밀리'로 통했다"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서정기 중앙티앤씨 대표와 전주엽 엔에스쏘울 대표. 3000억원대 사기대출을 공모한 업체 대표들의 경찰 출두가 이어지는 있는 가운데 핵심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이 두 업체 대표의 신병은 묘연하다. 전 대표는 사건이 보도되기 훨씬 전에 홍콩으로 도피, 현재 인터폴의 수배를 받고 있으며 국내에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서 대표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이들 업체와 밀접한 거래관계를 가졌던 회사의 핵심임원 A씨는 "서 대표와 전 대표의 관계를 가까이 봤을 때 사기 공모여부를 떠나 실질적인 사기대출에 전 대표의 역할이 주요했다는 정황이 많다"며 "전 대표의 경우 엽기적일 정도로 초호화생활을 했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서 대표는 사기대출건이 보도된 후에도 이틀동안 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봤다"며 "'벌을 받을 것이 있으면 받아야지'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음은 A 씨와의 일문일답. -전 대표가 그럼 서 대표를 좌지우지했다는 건가.
▲그건 확실치 않다. 그러나 전 대표의 호화생활은 업계에서 유명했다. 한 예로 전 대표가 직원들과 출장을 다니면서 자기가 마음에 드는 직원만 골라 수천만원짜리 시계를 사줬다고 했다. 또 서 대표가 타던 벤츠 차량도 전 대표가 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벤츠 S600이라고 해서 받았는데 차량등록증을 보니 S350이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허세가 심했다. 연루 기업 대표들이 외제차를 몰았는데 이것도 전 대표가 준 것으로 알고 있다.

-사기대출을 도모한 관련업체 대표들도 평소 자주 어울리는 사이였나.
▲외부에 알려진대로 '패밀리'로 통했다. 서 대표는 뭔가를 결정할 때 이들과 주로 얘기했다. 지난해 송년회도 다 같이 했고 야구, 축구대항전도 가졌다. 서 대표는 스마트산업협회 회장을 맡으면서 믿을 만한 사람들로 임원진을 꾸렸다고 했다. 그 회사들로부터 1000만원씩 받아 협회 직원들 월급 줬다. 협회는 스마트 액세서리 제품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받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관련 업체 임원들이 최근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더라. 그런데 그 임원들 중에 회사에게 관리하는 통장이 총 몇 개인지, 법인카드는 몇 개인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일부는 거래하던 사람들에게 협박 문자까지 받는다고 들었다. 다 함께 모인 자리에서 '그동안 무엇을 해왔나, 우리는 바지 임원이었나보다'며 한숨 쉬는 것 말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며 우울해했다.-중앙티앤씨 등기이사로 이름이 올라간 사람들은 어떤 이들인가.
▲등기임원은 5명으로 알고 있다. 원래는 사장 사촌, 부인, 친척들이 등기임원으로 돼 있었다. 작년에 중앙인터렉티브 설립하면서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올리게 했다더라. 기업을 투명하게 경영하겠다며. 그런데 상품기획, 영업, 경리, 경영기획, 총괄 이렇게 5명이 현재 등기임원이다. 대부분 부장 이하급이다. 사실상 진짜 임원이 없다는 거다. 문제는 중앙티앤씨 회사가 아니다. 대표들 개인적인 문제였다고 본다. 전 대표와 서 대표가 빨리 잡혀야 이번 사기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